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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by 유빈

모두 재가 되어 날아갔다.

황폐한 주변과 공허한 온기가

날 감싸듯 조여 온다.


경계가 모호한 이 공간,

헛도는 시곗바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나의 세상은 끝이 났다.


적막한 도시 속,

희미한 가로등은 암전이되어,

시야에서 사라진다.


어디선가 나의 말을 듣고 있는 이 없는지,

낯선 소리가 반가울 정도로, 나는 이곳에,

어디로,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가야 할 필요가 있는지,

찾아도 소용이 있는지,


나는, 나는 잘 모르겠어,


멈추고 싶지 않은데,

멈추고 싶어,


이대로 , 하늘을 바라본 모습으로,

시간을 멈춰줘,


흐르는 눈물이 지속되게,

내 뒤에 그림자 지속되게,

멀어진 네 모습 지속되게,


니 맘속에 떠나지 않을 내 잔상,

영원히 계속 되게,


시간을 멈춰줘,

세상을 멈춰줘,

이 순간, 재가될 때까지.


나의 꿈이 잿더미가 되었다.

한 줌 움켜쥔 두 손을 펼쳐

후후, 불어 날렸다.


새까맣게 변해버린 두 손을 바라본다.

한참을 바라본다.

계속, 그리고 계속, 앞으로도 계속,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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