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by 유빈

이 이야기는 나의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가족과 친구, 혹은 타인의 세상에서

아직까지도 진행되고 있을 그런 이야기,


순간의 기억 끝에서 새로운 충격을 받고

바닥 끝으로 추락하게 된 그이가,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취할 때,

의문보단 경계가 우선일 무리들의 삶은

그를 배제할지, 품어줄지에 대해,

의논하게 되지만, 높은 확률로

그 무리에게서 사출 당하는 결과를 가지고 있다.


“그래도 같이 지낸 정이 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너도 같은 취급을 당하긴 싫잖아 “


“끝까지 착한 척하는 거지 뭐,”


“우리도 저렇게 되기 싫어서야,”


나를 포함한 소중한 지인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어야 할 것,

그냥 다 잊고,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잊힐 것.


“아무도 구하긴 싫다는 이야기죠?”


“걔 때문에 힘든 게 한두 번이 아니잖아.”


“그냥 잊고 살아. 맘 편히,”


항상 이럴 때마다 감정적 동요가 신경을 건든다.

그를 구원한 세상은 또 다르지 않을까란 생각,

무엇 때문인지 나는 잊고 살면 안 될 것 같았다.

맘 편히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가 나에게 준 또 다른 세상이,

영원을 약속한 우정이,

지나간다고 해서, 사라지진 않을 테니까,


그럼에도 난 이 무리를 떠나기가 두렵다.

떠난 후 사람들의 생각과 시선이,

나름 예상되기도, 느껴지기도 해서,

구하지 못하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니까,

치료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없었다.

지금의 나로선 무슨 선택을 해야 할까,


나는 머리를 다치기 전 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품에 안고 달리는 사람이었었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어눌해지는 말투를 시작으로

여러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들이 달라졌다.

분명 그때 크게 부딪힌 기억이 있었던 것 같은데,

눈앞의 정전이 이어진 이후,

평범한 생활이 불가능했다.


의지와 다르게 몸을 떨었다.

새로이 시작된 삶이 나의 모든 부분에 관여한다.

좋은지 싫은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는 상태니까,

나, 정신병인가? 애초에 부딪힌 적이 있었던가,

슬슬 나조차도 의심이 가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도와줄 사람이 있을까?


“또 이상한 거 보고 있지? “


“네 눈에 보이는 건 내가 볼 수 없어서, 온전히 너의 상태를 이해할 수 없지만,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건 맞나 보다.”


나의 시야가 게 어지고, 하늘을 보았다.

9월의 바람은 따스하면서도 시원하다.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나비가 날갯짓을 편다.


“꽃이 이쁘게 폈네,”


“그러게요,”


“언제쯤 괜찮아질 거야? “


“그러게요,”


“저기 흰 건물 보이지? 저쪽으로 한번 가볼까? “


이젠 나도 지친다.

5살부터 시작된 아이의 이상증세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다른 엄마들은 이 감정 모를 거야,

내가 얼마나 힘든지도,

그저 포기하라는 말들은

날 무너지게 하려는 의미로 밖에 들리지 않아,


친구건 뭐건 애당초 없었다.

챙길 겨를도 없었고,

특별한 아이의 세상을 다듬어주고 싶었다.

비극은 언제나 함께했는데,

행복은 잠깐도 시간을 내어주지 않았지,


“좋은 소식을 기대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선생님 어쩌죠, 얼마 안 남은 건가요?”


“약 한 달쯤 남으셨습니다. 상태가 많이 악화되셨어요, 한 번 더 심정지 상태가 오시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제 아이는 어떡하나요 선생님..”


“우선 좋은 생각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죽고 나서 대답해 주실 건가요?”


“..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론..”


“….”


나에게 한 달의 시간이 남았단 건,

나 또한 특별한 세상 위에 남아있는 것 같아,

너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니,


“너는 한 달 동안 살 수 있으면 뭐부터 할 거야? “


거울에 비친 나에게 물었다.

세면대에 물을 틀어놓고 문을 잠갔다.

흐르는 눈물과 흐느끼는 소릴

나의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무너지면, 안된다고 생각했으니까,


10일을 화내고,

10일을 슬퍼하다,

10일을 웃을 거야.


잃고 싶지 않아,

나보다도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죽으면, 누가 와줄까,

어떤 장면을 지우고파서

후회 속에 꿈꾸는 걸 잊었을까,

더 잘해줄걸 그랬어,

더 사랑해 줄걸 그랬어,


어느 날 한번 주저앉은 후 일어날 수가 없었다.

한두 번 의식이 흐려지는 걸 간신히 붙잡고 나서야,

내 곁에 남아준 아이의 온기를 느낀다.


”지금부터 잘 들어,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할 거야,“


너의 삶은 누구보다도 특별해서, 감출 필요 없어,

낯선 사람이 웃으며 다가오면, 먼저 다가가진 마,

어떤 생각으로 너에게 온 건지 알 수 없으니까,

그리고 항상 경계하렴, 행복은 뺏기는 거야,

너에게 도움을 줄 사람은 분명히 있지만,

신중히 고르렴, 사람들은 다 각자의 가면을 쓰고 있거든, 그리고.. 아니다, 그냥 네가 하고 싶은 삶을 살아,


하염없이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얘기할 힘도 없어, 아이의 이마에

나의 입을 갖다 대었다.


모자란 나여서 미안해,

그래도, 사랑했어 많이,

잊지 마, 잊지 마, 잊지 마.


정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그렇게 나의 엄마가 웃으며 눈을 감았다.

특별했던 내 삶의 중요한 장면이었지,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걸 아실까,

단 한 칸의 퍼즐 조각을 찾았는데,

완벽하게 조립하진 못했어.


알려주고 싶은데,


알아주면 안 돼?


엄마도 지금 내 모습


잊지 마, 잊지 마, 잊지 마,


안녕, 그리고 안녕,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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