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와 전쟁
소나무는 뿌리에서 독소를 내뿜는다.
주변에 다른 풀이 자라지 못하게 하려는
‘타감 작용’.
벚나무, 단풍나무, 은행나무도 마찬가지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선을 그어’ 살아남는다.
그것이 그들의 생존 방식이다.
동물은 다르다.
움직일 수 있기에, 남의 선을 ‘넘을 수 있는’ 존재가 된다.
길고양이는 소변으로 영역을 표시하고,
침입자에게 싸움으로 응답한다.
개도, 곰도, 늑대도 본능으로 말한다.
“여긴 내 구역이야.”
국가마다 영토, 영공, 영해가 있다.
지도에는 선이 명확하다.
하지만 하늘에 선은 없고, 바다에도 없다.
선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 선이 침범당할 때
전쟁이 시작된다.
우리 삶도 다르지 않다.
부부 간에도, 친구 사이에도, 가족 안에서도
보이지 않는 선들이 있다.
“여기까지만 해.”
“그건 나한테 묻지 마.”
“그 선 넘지 마.”
이 모든 말은,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그어둔 선이다.
그런데 이 선은 참 묘하다.
있어야 안심이 되지만,
있는 순간부터 불안도 불만도 분노도
뒤따른다는 것이다.
경계가 있어야 그나마 지킬 수 있는 건 맞다.
그러나 경계만 있고 관계가 없다면,
고립이 된다.
선을 넘지 말라는 말은 중요하다.
하지만 선은 언제든 넘겨질 수 있다.
식물은 움직일 수 없기에 경계를 만들고,
동물은 움직일 수 있기에
그 경계를 넘는 행동을 한다.
선을 그었다면,
그 선이 언젠가 넘어올 수도 있다는 사실까지
함께 알아야 한다.
선을 지킨다는 건,
언제든 넘어올 것을 감당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그어놓은 선의 경계는 나만 안다"
상대는 내가 그어놓은 그 경계를 모른다.
그 경계를 모르니, 선 인지도 모르고 선을 넘는다.
그러니 무조건 상처받을 일도
무조건 화낼 일도
아닌 것이다.
내가 그은 선은, 상대가 알 수 없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