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과 무의식이 한판 붙으면, 누가 이길까?

보이는 나와 숨어 있는 나

by 루치올라


“당신이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으면,

그 그림자는 당신을 조종한다.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운명이라 부른다.”

칼 구스타프 융 (Carl Gustav Jung)


인간은 단일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정체성은 하나의 자아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그것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이며,

무의식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의식의 섬에 가깝다.


우리는 대부분 ‘보이는 나’, 즉 의식으로 살아간다.

타인의 시선에 비추어진 내 모습,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선택들,

사회적 역할과 도덕적 판단의 총합.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자기 인식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의식은 지금 이 순간을 조명하지만,

우리를 진짜로 움직이는 힘은

그늘에 숨어 있는 '무의식'이다.


무의식은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행동한다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 폭발,

반복되는 관계의 패턴,

논리와 반대되는 선택을 할 때마다

그 배후에는 무의식이 있다.


무의식은 억압된 감정, 내면화된 상처,

미처 해소되지 않은 욕망과 두려움이 축적된 심리적 지층이다.

그것은 말 대신 반응으로 말하고,

생각 대신 행동으로 우리를 조종한다.


"나는 왜 그랬을까?"

이 물음이 떠오를 때마다,

그 '왜'는 무의식의 목소리다.


지킬과 하이드, 억압된 무의식이 만든 그림자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이 심리적 갈등을 형상화한 고전이다.

지킬은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자아다.

그는 사회적 존재로서 완전해지고자,

자신 안의 충동과 본능을 철저히 억압한다.


그러나 억압된 본능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하이드라는 인격으로 분리되어 나타나고,

결국 지킬을 잠식해 버린다.


이것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무의식을 외면한 인간이

자기 안의 괴물에게 먹히는 서사다.


싸우면 누가 이길까?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단기적으로는 무의식이 이긴다.

왜냐하면 무의식은 생존에 가까운 힘이기 때문이다.

그건 우리가 성장하는 동안 수없이 각인된

정서 반응의 총합이며,

의식보다 빠르고 본능적으로 강하다.


하지만,

의식이 무의식을 자각하는 순간,

그 싸움은 끝날 수 있다.


이것이 융이 말한 통합의 심리학이다.

무의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하고,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

그때 비로소

자기 자신과의 내전은 멈추고,

진정한 '하나의 나'가 시작된다.


이 싸움은 끝낼 수 있다

무의식과 의식이 싸우면 누가 이기는가?

무의식이다.

그러나 자각한 의식은 더 이상 싸우지 않는다.

의식은 무의식을 억누르는 존재가 아니라,

그림자를 껴안고 함께 걷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걸 우리는

자기 이해라고 부른다.

혹은,

운명에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 삶을 움직이는 능력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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