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264일) - 47
아내 복직 후 10일 정도가 지났다.
와이프 복직을 앞두고, 와이프는 복직 후 회사 걱정과 숲이와 멀어진다는 걱정, 나 역시 와이프가 오랜만에 복직 후 스트레스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 그리고 숲이가 엄마를 그리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무엇보다 나 홀로 계속해서 숲이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수많은 걱정들로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런 와중에, 밤잠을 정말 잘 자던 숲이가 곧 있으면 엄마랑 보내는 시간이 적어진다는 것을 마치 아는 것처럼, 자기 전 엄마 아빠 모두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길 계속 요청한다. 엄마와 아빠가 자신의 옆에 누워야만, 엄마 쪽 아빠 쪽으로 번갈아가며 이동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잠이 들곤 했다.
숲이가 그런 행동을 보일수록, 우리 부부는 많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와이프 복직날이 다가왔고, 우리는 또다시 조금은 새로운 육아의 세계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걱정과 다르다. 숲이는 마치 엄마가 일 가는 것을 예상했다는 듯이 아빠와도 아무렇지 않게 시간을 잘 보냈다.
그리고, 스스로 생활 패턴을 변화시켰다.
낮잠 자는 시간을 늘리고, 밤잠시간을 늦췄다. 아무래도 엄마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는 본능이 발동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숲이는 그렇게 엄마가 퇴근한 후 두 시간 이상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잠이 든다(예전에는 18시 30분~19시 사이 잠에 들었는데, 지금은 20시 30분~21시 사이에 잠에 든다).
약간 복에 겨운 투정으로 아쉬운 점을 하나 이야기하자면 저 엄마와 보내는 시간에 아빠도 꼭 함께 해야 한다는 것, 덕분에(?) 집안일은 밀리게 되고 우리 부부가 소소히 즐고던 저녁 시간이 거의 없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 인가 숲이가 적응을 잘한다는 게 가장 큰 기쁨이지.
조금 더 재미있는 것은, 와이프가 출근하지 않은 주말에는 기존과 똑같이 이른 시간에 입면에 든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보고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은 다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을 분명히 이야기해 주고 함께하는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숲이와 홀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또 다른 육아가 시작된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복직까지는 또 다른 이 육아 이야기를 차분히 기록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