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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어서 넘어지다.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456일) - 72

by 차거

등하원을 걸어서 한 이후로, 숲이는 놀이터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날이 더웠기에 빨리 집으로 가려 아기띠를 매기도 해봤지만,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친구, 형, 누나들을 보면 숲이는 '에~에~'라고 소리를 지르며 자기도 가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한다.


그날도, 그렇게 놀이터로 향했다. 원래 일정시간 놀면 조금 강제로라도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는데, 그날따라 숲이가 얼마나 노는지 궁금해졌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와이프 퇴근 시간이 다가오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와이프에게 숲이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사고는 순간이란 말, 아이는 한시라도 눈을 떼서는 안 된다는 말이 괜스레 나온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숲이가 걸음마가 완벽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숲이의 모든 동선을 다 따라다녔고, 심지어 허리를 숙이고 언제든 숲이를 잡을 자세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소용이 없었다. 한 순간 숲이는 넘어졌고, 넘어지면서 나무기둥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엄청난 소리로 우는 숲이의 얼굴은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당황했지만, 침착히 살피니, 정말 다행히도, 눈썹 쪽에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는 것이었다.


급한 마음에 어린이집으로 가서 연고를 받았고, 와이프가 도착하자마자 병원을 갔다.


병원에 도착하니, 안과를 갈 정도는 아니고, 꾀맬정도의 상처도 아니어서 연고만 잘 발라주면 될 거라고 이야기했다.


병원을 나오는 길, 흔히 말하는 '눈퉁이가 밤탱이'가 되어서도 웃는 숲이를 보니 조금은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


참... 여러 생각이 든다. 당장 '놀이터를 가지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치는 게 무서워서 아무 경험을 안 시킬 수는 없지'라는 생각이 들고.... 복잡한 마음이다.


조금씩 자랄수록, 아이가 클수록 그에 따른 변수들이 생긴다는 것이, 참... 부모의 삶이 쉽지 않음을 다시금 느끼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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