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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거 Aug 21. 2024

우리 부모님과 숲이의 첫 만남

숲이가 집에 온 지 일주일, 전라북도 김제에 사시는 부모님께서 우리 집에 오셨다.


 1박 2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숲이를 바라보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에 나는 더 행복했고, 우리 부부가 쉴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주시는 모습에 너무나도 감사했다. 잔소리는 전혀 없었고, 격려와 지지, 그리고 실질적인 도움만 주셨다. 

시간이 흘러 부모님이 집에 가시는 날 우리 부부는 애원했다.

 '제발 자주 와주세요. 어머니 아버지'


 육아에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는 명백히 다른 두 가지 이미지로 비치는 것 같다.

 첫 번째 이미지 

'맞벌이 부모들이 자녀를 양육하는데 꼭 필요한 핵심 전력'

 두 번째 이미지

'예전의 육아 습관으로 수많은 잔소리 공격과 함께 부모의 육아관을 깨부수는 방해자'


 아주 감사하고 다행스럽게도, 우리 부모님은 첫 번째 이미지의 역할은 해주시면서도, 두 번째 이미지는 가지고 계시지 않다.

 '부모님이 꾀나 먼 거리(차로 세 시간 정도)에 살고 계시는데 어떻게 첫 번째 역할을 해주시지?'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물리적인 도움만이 전부가 아님을 우선 말해두며, 이에 대한 이해를 위해 우리 부모님(솔직히 어머니 중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일단 어머니에 대한 이해를 위해 서두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보자면, 

'와이프는 우리 어머니를 굉장히 좋아한다'

별거 아닌 예를 들어보자면, 와이프는 기분이 꿀꿀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나한테 이렇게 이야기한다. '오빠 어머니하고 통화 좀 해봐, 오빠랑 어머니 이야기하는 것 좀 듣게' 딱히 어머니에게 조언을 듣기 위함이 아니다. 그냥 나와 어머니가 통화하는 것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이 정도면 설명이 되었으려나??


 나는 사회에서 존경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어머니'라고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은 정말 많지만, 그것을 다 이야기하다가는 또 다른 시리즈가 될 수 있기에 딱 한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어머니는

 '본인이 살면서 싫었던 것을 절대 하지 않으신다.'

 다들 알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가정폭력이 너무 싫었던 사람이 가정폭력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고, 부모의 음주가 싫었던 사람이 알코올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우리는 항상성이라고 한다.


 시어머니가 본인에게 했던 경험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머니는 철칙이 있다. 

'귀찮게 하고 힘들게 하면 자녀(아들과 며느리)들은 절대 오지 않는다' 

그리고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 이 철칙을 너무나도 지혜롭고 현명하게 잘해주신다.


 한 예로, 우리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즘, 김제본가에서 우리 외가식구들이 모여 식사할 일이 있었다. 당연히 와이프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자리 일 것이다. 그때 우리 어머니는 모든 식기류를 '일회용'으로 준비를 해두셨다. 그리고 한마디 하셨다.


 '아이고 사람 많을 때는 뒷정리 힘들어, 일회용 써서 모두가 편한 게 좋아'


 당연히 우리 집에서 일회용 용기를 사용한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어머니의 깊은 뜻이 느껴지는가??


 그리고, 우리 부부내외가 김제에 내려갈 때 항시 식사를 어떻게 할지 먼저 물으신다. 대부분 일전에 우리가 왔을 때 맛있게 먹었던 것들을 먼저 물으시고, 메뉴를 정하신다. 그래서 우리는 김제에 갈 때마다 '우리원'이라는 중국음식점에서 한 끼를 먹고 '임실치즈피자'에서 피자를 간식으로 먹는다. 집밥 반찬도 상다리 휘어질 정도로 나오는 게 아니다. 평소에 드시던 기본찬에, 우리가 좋아하는 메뉴 한 가지 정도만 준비하신다. 그리고 고기는 네가 굽는 게 맛있다며, 항상 나에게 구우라고 하신다. 


 음식의 맛, 퀄리티는 당연히 좋다. 하지만 음식의 맛. 퀄리티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항상 우리에 대한 배려가 중심이 되어 있다'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일상에 우리 부부에 대한 배려가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 배려를 '너희들을 위해서야'가 아닌 '본인이 좋아서'라고 표현하신다. 

 쓰다 보니 쓸 말이 너무 많아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어머니 시리즈를 적어야겠다.


 아! 아버지 이야기는 크게 적을 것이 없다. 확실한 건 아버지의 지원덕에 어머니의 마인드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조용히 묵묵하게(어머니에게 매번 혼나면서) 우리(솔직히 며느리를 훨씬 더)를 이뻐해 주신다.


 이런 어머니와 어릴 적부터 지낸 것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고, 사회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근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갖게 된 '심신의 여유'가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무수한 물질적 심리적 가치보다 내 삶을 이루고 살아가는 힘이 되고 있다.


 육아 관련글에 어머니 이야기가 웬 말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자라오면서 느낀 이 감정이 엄청난 가치가 되어 숲이에게도 연결될 것을 알기에 굉장히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서두에 부모님이 다녀가신 후

 우리 부부가

'제발 자주 와주세요. 어머니 아버지'

라고 요정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한 어머니의 답변으로 오늘 글을 마무리한다


'그래 도움이 된다니 정말 감사하는구나'


나는 숲이에게 우리 부모님같은 부모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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