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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거 Aug 22. 2024

우리 부부의 직장이 출산에 미친 영향

오늘 직장에서 연락이 왔다. 자녀출산 관련 선물이 있으니, 신청서를 지원해서 작성해 달라고, 10만 원이라는 금액이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겠지만, 금액이 뭐가 그리 중하겠는가, 이러한 제도와 문화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직장' 어찌 보면 육아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육아를 할 수 있기까지 굉장히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하기에,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기에, 그리고 직장이란 공간이 출산을 생각하는 다수에게 굉장히 큰 상수이면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번외'편으로 글을 작성하기로 마음먹었다.


 앞선 글에서 밝혔던 것처럼, 와이프는 올해 2월 초부터 조기수축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거의 누워서만 생활을 해야 했기에 당연히 회사는 갈 수가 없었다. 숲이가 5월 29일에 태어났으니 대략 100일가량을 회사에 출근하지 못한 것이다.  와이프는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는 것에 굉장히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긴 논의와 고민 끝에 임신을 결정했을 때도, 그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상황은 아니었다. 3개월의 출산휴가만 사용하려다가, 용기 내어 6개월의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로 어렵게 결정한 상황에서, 위와 같이 조기수축이라는 대단히 큰 전혀 예상치 못한 이슈가 추가로 발생한 것이다. 첫 입원 당시 와이프는 '숲이를 지켜야 한다'는 걱정과 동시에 '회사는 어떡하지?'라는 굉장히 큰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회사에 상황을 알리니 회사의 답변은 '60일까지 병가 처리가 가능하니, 증빙서류들만 준비해 주세요'였다. 그리고 그 후로도 개인연가 소진, 출산휴가 등 회사에서 우선처리를 해주었고, 와이프는 회사걱정 없이 숲이를 무사히 지킬 수 있었다. 참고로 이 기간, 와이프는 '거의 모든 급여를 보장'받았다. 회사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들이 있는데(임신과정을 겪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회사입장에서는 와이프가 누릴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을 선 제안 하고 조치해 준 것이다. 그렇게 와이프는 내년 2월에 회사로 복귀하기로 했다. 즉 1년의 기간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게 보전해 준 것이다. 

 아!! 내가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을 이야기 안 했다. 참고로 와이프의 회사에서 신분은 공무원으로 치자면 '별정직'개념으로 정규직 신분이 아닌 2년의 임기만 보장되는 '계약직' 직원이다. 


 와이프의 입원기간 들었던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와이프의 두 번째 입원기간 중 간호사 선생님의 이야기다.


 '좋은 회사에 다니시네요. 이곳에 조기수축으로 입원하고 회사에 사직서 내는 사람 정말 많이 봤어요. 심지어 이 상황에서 사직서 내고도 하루를 출근해 인수인계 하고 온 산모도 있었고요.


두 번째는 와이프가 갑자기 휴직을 했기에, 회사짐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고, 불가피하게 내가 대신 와이프 회사에 가게 되었다. 그때 와이프 입원 전 부서장(와이프 입원 후 회사 정기인사가 있었다)께서 짐 정리주온 나를 따로 찾아와 했던 이야기다.


'oo박사님은 우리 회사의 큰 자산이고, 저희 회사에서 정말 중요한 자산이시라고 전해주세요.  아무 생각 말고 건강 챙기는데만 집중하시라고 꼭 전해주세요. 이건 제 단독 생각이 아니라, 대표님도 같은 생각이 시니, 죄송해하지 말고 꼭 건강 챙기고 잘 쉬고 복귀하시라고 전해주세요.'


음... 이야기를 들으면 '와이프가 너무 능력자라 그런 것 아니야?'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물론 와이프의 평소 생활이 아예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이야기 못하겠다. 하지만 와이프 '문과'출신이고 인력을 대체하고자 하면 전혀 무리 없이 대체할 수 있는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물론 나는 개인적으로는 진심으로 와이프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즉 와이프가 없어도 이 회사는 아무 문제 없이 운영될 수 있는 조직이다.


그런데, 겨우 2년 계약직 신분이고, 재계약된 지 3개월 만에 휴직을 들어가서, 복귀 후 8개월 정도밖에 계약이 남지 않는 직원에게 이런 대우를 해준다고??  아마 어느 직장이든 출산과 관련된 직원에게 이와 같은 대우를 해준다면, 누구든 직장문제 때문에 출산걱정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와이프 역시 이 과정을 통해서 '내가 출산을 해서 직장에서 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완전히 살아졌다. 오히려 '내가 복귀 후 영혼을 갈아서 충성을 다한다'라는 마음이 커졌을 뿐. 


 내 직장 이야기도 길게 하려 했으나, 앞선글에서 밝힌 것처럼 나는 애초에 내가 휴직에서 자유로운 회사를 택했기에 길게 작성하지는 않으려 한다. 여하튼 내 회사 역시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나에게 26개월이라는 시간을 주었으니(물론 이 기간중 12개월만 육아휴직 급여가 나온다), 나는 이것만으로 굉장히 감사하다. 그리고 단순히 물리적 휴직을 떠나, 갑작스럽게 휴직을 신청할 때, 모든 간부진들이 난색을 표하기보다는 위로와 걱정을 해준 것에 더욱 감사하다. 그리고 나 역시 와이프 입원 기간 중 출근하지 않고 와이프를 간호하며 함께 지내는 나에게 했던 간호사 선생님의 말을 전한다.


'남편이 2년이나 휴직을 할 수 있다고요? 아이고 그 회사 어디예요?? 우리 아들도 좀 가라고 하게'


 저출생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유럽의 한 학자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보고 '집단 자살 사회'라는 표현까지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솔직히 이 정책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내 개인적 의견이 상당히 가미된)는 '없는 거보다는 낫다'정도인 것 같다. 아마도, 저출생과는 전혀 상관없고,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정책의 선두에 있어서 있지 않을까(대다수 정책이 그렇지만)?


 평소에도 관련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물론 출산가정에게 금전적인 지원이 굉장히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금전적인 지원만으로 끝장을 보려면 정말 끝장나게 많이 지원해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출산 관련, 더 디테일하게 가자면 '출산할 여성'과, '그 여성과 함께할 가족'들, 그리고 '출산 후 양육과 관련된 당사자'들, 이들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응원받고, 대우받는, 아니 적어도 질타와 눈치는 받지 않는',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생각은 이번일을 겪으며 엄청 확고하게 되었다.

  '저출생이 국가적 위기다'라는 것이 단순히 정치적 이슈를 위한 말뿐이 아니라면, '저 출생은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인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실질적으로 어드벤테이지를 얻을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출산가정 양육가정이 '조직에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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