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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거 Aug 23. 2024

부모의 성향이 양육에 미치는 영향

'오빠! 무던한 성격이 육아하기에 좋은 것 같아'


강성울음이 함께하는 숲이의 밥 달라는 보챔에 순간적으로 지친 와이프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와이프는 기질적으로 민감(예민)한 성향을 가지고 있고, 나는 굉장히 무던(둔)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이런 성향은 육아 중에도 반영된다. 예를 들어 숲이는 산후조리원에서부터 굉장히 잘 먹었고, 집에 오자마자 하루에 먹는 분유량이 1,000미리를 넘겼다(아이들 신장이슈로 하루에 수유량 1,000을 넘기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아이가 예상했던 수유텀보다 분유를 더 빨리 먹으려 하면 와이프는 걱정되는 마음에, 거의 매번

 '쪽쪽이를 써야 하는 건 아닌가, 우리가 계속 분유를 줘서 아이가 아픈 건 아닌가 등' 많은 불안 속에 힘들어했다. 똑같은 상황에 나는 '많이 클 때라 많이 먹겠지, 똥 잘 싸니 괜찮은 것 같아 아이 스스로 양을 조절한다니 너무 걱정말자'라며 태연하게 와이프를 달래곤 한다.

 다른 예로 아이가 코가 막혀 힘들어하는 것 같을 때마다, 와이프는 '애기가 숨을 못 쉬는 것 같아, 코 때문에 숙면을 못하는 건 아닐까?? 빨리 콧물을 빼주자'라고 이야기할 때, 나는 '잘 때는 숨 잘 쉬는 것 같아, 재채기하면서 알아서 잘 뚫리는 거 같으니 너무 걱정말자'라고 이야기한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은 어떠한가?? 조금은 민감한 와이프가 맞는 것 같은가? 아니면 무던한 내가 맞는 것 같은가? 

 조금은 뻔한 답일 수도 있지만,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무던한건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민하고 무던한 사람들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지.


 숲이가 생후 45일쯤 되어을 때 숲이의 키가 7센티정도 자라고, 몸무게가 2킬로그램이 늘어난 것을 본 와이프는 나에게 이야기한다. 

'오빠 말대로 많이 크려고 잘 먹었었나 봐'


 목욕하고 난 뒤 숲이의 콧물을 빼봤는데 아이의 코에 들어있어도 될 양이 맞나 싶을 정도로 꾀나 많은 양이 나왔다. 이때 나는 와이프에게 이야기한다. 

'oo이 말 듣고 콧물 빼주길 정말 잘한 거 같아. 목욕하고는 계속 빼줘 보자'


 즉, 기질적 성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다. 상황에 따라 특정 성향이 장점이 될 때가 있기에 '자신의 성향에 관계없이 장점이 될 수 있는 성향을 따를 수 있는 힘'이 중요한 것이다. 이를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성격'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고, 보통 사람은 기질적으로 타고난 성향과 후천적으로 학습된 성격이 합쳐져서 특유의 인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갑작스레 이론적인 내용이 나와서 뜬금없을 수 있기에 조금 쉽게 이야기하자면

'육아를 할 때 특정 기질적 성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호 다른 기질적 성향을 받아들이고 존중할 수 있는 배려(능력)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와이프는 숲이가 분유를 1,000 이상 먹는 것을 힘들어하고, 나는 숲이의 코를 매번 뚫어줄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의 다른 기질에 힘들어하기보다는, 다르기에 얻을 수 있는 많은 것들에 감사하는(감사하려고 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타고난 기질 보다,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성격이 중요하다는 것'은 비단 나의 개인적인 의견만은 아니다.


 TCI(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

라는 심리검사가 있다. 요즘 오은영의 결혼지옥리포트 같은 방송에서 의뢰자의 상황을 나타내는 검사도구로도 자주 나와서 익숙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검사도구 이름 그대로 타고난 기질(Temperament)과 후천적으로 형성된 성격(Character)을 보는 검사이고, 이 둘이 합쳐서 그 사람의 인성(Personality)이 나타난다고 보는 검사라고 간략히 이야기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모든 심리검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심리검사를 좋아하지 않는다(우리나라 상담현장에서는 심리검사도구가 주객이 전도되어 활용되고 있다는 아주 강력한 개인적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굳이 이 TCI검사를 글에 가져오는 이유는 이 검사에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중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검사에서는 '타고난 기질'적 파트의 점수가 낮게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질병(질병위험) 상태'로 파악하지 않는다. 반대로 '타고난 기질'적 파트가 아무리 높게 나와도  '질병(질병위험) 상태'로 파악되기도 한다. 즉 쉽게 말해 '타고난 기질'보다는 '후천적으로 형성된 성격'을 사람의 인성에 있어서 보다 중요한 포인트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내 검사 리포트 결과 간단히 설명하자면


 나는 기질적 파트 중 하나인 '인내력'과 '사회적 민감성' 백분율이 굉장히 낮다

인내력은 쉽게 설명해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끈기'가 어느 정도인가를 보는 것이고,

사회적 민감성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중시해서, 삶에 있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보상받는 것을 얼마나 중요시하는가'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내 백분율 점수는 인내력 '2' 사회적 민감성'1'이다. 참고로 각 파트마다 백분율이 30이면 낮은 것으로 70이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나는 타고난 기질적으로 인내력과 사회적 민감성은 하위 1프로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후천적 성격이 관련 리포트를 보면

자신이 목표로 한 것을 자기 스스로 이루어나갈 수 있는 능력인 '자율성'파트는 백분위 97,

자기 자신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있는 능력, 쉽게 말해 타인에 대한 배려가 높은 지를 볼 수 있는 '연대감'파트는 백분위 70이다.

Tci검사에서는 기본적으로 이 자율성과 연대감을 합친 백분위수치로 질병(질병위험) 상태를 파악하는데 나는 무려 93이 나왔다.

 재미있지 않은가? 기질적으로 타고난 '끈기'와 '사회적 민감성'이 완전 바닥인 사람이, 후천적 성격인 '사회의 구성원으로 잘 어울리면서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능력이 최상위'가 나온다는 것이


이론적 용어들이 많아 어려울 수 있기에 쉽게 말하자면, 아무리 기질적으로 타고나도,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성격이 그 사람의 삶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순하게 기질적으로 '끈기(인내력)'이 높은 사람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끈기(인내력)'가 높은 사람들이 후천적 성격인 '자율성'이 낮다면, '사법고시만 30년을 준비하는 현실감 없는 장수생'이 될 수 있다. 이에 더해 '끈기'가 높은 사람이 '자율성'과 '연대감'까지 낮다면 '스토커'같은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거다. 스토커의 끈기가 보통 끈기인가. 

 반대로 '끈기'가 낮은 사람이 '자율성'이 높다면

'사법고시는 내 수준에서 너무 무리한 목표란 것을 빨리 인지하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길(대기업, 공무원 등등)을 찾아 빠르게 자신의 삶을 안정시킬 것이다.


 이렇게 내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결국 타고난 기질이 중요한 거 아니야? 성격은 노력하면 바꿀 수 있지만 기질은 못 바꾼다는 거잖아'라고 생각을 한다.

 이런 분들께 나는 이렇게 다시 한번 이야기한다.

타고난 기질은 '운'의 영역에 속한다. 그리고 이 '운'이라는 것은 바꿀 수 없다. 하지만 후천적 성격은 충분히 바꿀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에 집중을 해야 할까??


 육아일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본질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아이들도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기질이 있다. 그렇기에 예민하고 많이 울고 보채는 아이 많다.

이럴 때 '우리 아이이는 왜 그래'라고 슬퍼하기보다는 '내가 조금 더 이뻐해 줘야지'라는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 아이의 삶이 훨씬 더 풍족하고 행복해질 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까지 훨씬 여유로워지고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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