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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거 Aug 30. 2024

부모에게도 애착형성은 중요하다.

'오빠 미안하고 이상하게 볼 수 있겠지만, 나 숲이가 그렇게 이쁘지 않아' 


 숲이가 태어난 지 40일 정도까지 아내가 나에게 꾀나 자주 했던 말이다.

 아내는 숲이가 집에 온 초반 굉장히 힘들어했다. 처음이란 미숙함이 주는 '아이가 나 때문에 잘못되지는 않을까?'라는 불안감에 출산 후 정상적이지 자신의 몸 상황까지 더해지니 숲이가 마냥 이뻐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아내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혹여나 '자책감'을 가지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컸고, 항상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oo는 숲이를 이뻐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아, 실제로 그 순간들을 나는 자주 보고 있고, 숲이가 이쁘지 않은 게 아니야! 불안함에 몸과 마음이 힘들 때 그런 기분이 드는 거지! 그러니 이상하게 생각하고 걱정하지 마, oo 이는 숲이를 굉장히 사랑하고 있으니'


그렇게 시간이 지나 숲이가 태어난 지 85일째 아내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오빠 나 사람들이 왜 자기 자식에 미쳐 사는지 몰랐거든? 이제 알 것 같아 너무 이뻐 죽겠어!'


 아내는 숲이가 70일 정도 되었을 때부터 꾀나 여유를 찾았고, 지금은 숲 이를 너무 이뻐한다. 기록용으로 남겨둔 숲이의 신생아 때 영상을 보면서 '숲이가 이렇게 작고 이뻤는데, 내가 그때 이쁜지 모르고 시간을 보냈다니 너무 아깝다'란 말을 자주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최근 우리 부부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숲이가 진짜 하루가 다르게 크잖아, 갑자기 옹알이를 잘하고, 잠자는 패턴이 바뀌고, 의사표현도 명확해지고, 그런데 우리 중 한 명이 지금 직장을 다녔잖아? 그 사람은 이런 숲이 모습을 하나도 못 봤을 거야. 그저 숲이가 자고 있는 모습만 계속 봤겠지, 그리고 확실히 다르긴 했을 것 같아, 숲이의 이 모습을 본 것과 보지 않은 것은'


 만약 우리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생각해 보았다. 만약 아내 혼자 숲이를 돌봐야 했다면, 아내가 초반에 느꼈던 '오빠 나는 숲이가 마냥 이쁘지만은 않아'라는 감정이 쉽게 없어질 수 있었을까? 나는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지금처럼 공감과 위로를 건넬 수 있었을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의사표현을 못하는 신생아시절 숲이가 자라는 모습을 온전히 보지 못하고, 자는 모습만 봤다면? 그렇지 않은 지금과는 분명 숲이에 대한 감정이 조금은 달랐을 것 같다.


그리고 순간 깨달았다! '어린 시절 아이들만 애착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구나. 아이에 대한 부모의 애착도 굉장히 중요하겠구나'

 초기시절 부모와의 애착형성은 자녀에게만 영향이 있고, 부모 역시 부모 본인의 부모와 애착형성이 자녀양육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신생아 양육 때야 이게 맞을 수 있겠지만, 자녀가 자랄수록 부모자신과 자녀 간 쌍방애착이 영향을 미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녀를 통제하며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를 자주 이야기하시는 부모들

 자녀가 너무 이쁜데, 자녀가 나를 어색해하고, 본인 역시 자녀가 어색해서 그 이쁨을 표현하지 못하는 부모들

 아마 전자는 자신의 커리어까지 포기해 가며 독박으로 자녀를 키우면서 자녀와 좋지 못한 애착이 형성되었기 때문이고, 후자는 사회생활만 하느라 자녀 돌봄에 직접적으로 참여를 못했다 보니 초기애착형성이 약간 부족해서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커리어를 포기하고 홀로 육아를 했다고 해서, 사회생활을 하느라 아이의 자는 모습만 봤다고 해서 모두가 저런 일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의 가치관아래 좋은 방향으로 아이를 돌볼 것이고, 꼭 절대적인 시간만이 애착형성의 전부는 아니니 말이다. 

 단, 꼭 자신의 상황에 맞게 한 번쯤은 '진중하게 계획'을 하고 자녀를 맞이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물론 진중한 계획을 한 부모들이 다수라고 생각한다),


 문득, 내가 육아휴직을 하고자 했던 '자녀를 너무 이뻐하는데 자녀에게 이쁨 받지 못하는 불쌍한 아빠'가 되는 것에서 한 발자국 멀어진 느낌을 받으며, 다시 한번 육아휴직을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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