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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거 Sep 06. 2024

숲이 인생 100일 차, 우리의 일상은?

 숲이가 태어난 지 벌써 백일이다. 일단 무사히 건강하게 잘 자라준 것에 대해 너무나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숲이의 백일이 되면 우리 가족의 일상이 어떤지에 대해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진짜 말 그대로 매일이 반복되는 '일상' 그 자체를 말이다. 


 1. 우리 가족의 '잠'

 숲이는 기특하게 잘잔다! 50일 정도부터 밤에는 통잠을 자주기 시작했다. 현재는 보통 저녁 7시~8시 사이에 밤잠에 들며, 중간에 1시~4시 사이에 일어나 밥을 먹고 6시에 기상을 한다(6시까지 아예 통잠을 자기도 한다). 

 낮잠은 밥과 밥 사이마도 짧게는 20분에서 길게는 두 시간까지 자기도 한다.

 아직까지 혼자 입면에 들지는 못한다. 본인이 졸리면 신호를 보내고 안아주면 5분 안에 잠에 든다. 밤잠의 경우 잠들기만 하면 품에서 내려놔도 잘 잔다. 하지만 낮잠의 경우 내려 놓으면 자기는 하지만 품에서 자는 것에 비해 길게는 못 잔다.

 품에 안겨서만 잠에드니 혼자 자는 수면교육이 필요하지 않냐고 말씀 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나는 밤에 잘 혼자 잘 자주는 것만으로 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부모의 품에서 안정감을 느낀다면 그것을 충족시켜 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인지능력이  발달할수록 점차 자연스럽게 혼자 입면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부모인 우리의 잠은 일단 숲이에 맞춰져 있다. 대부분 9시~10시 사이에 잠이 들고, 새벽수유는 아빠인 내가 전담한다. 그리고 나는 낮에 잠깐 낮잠을 잔다. 나는 군대시절과 거의 똑같은 수면패턴을 가져가고 있다. 와이프는 이렇게 일찍 잠들어본 기억이 없어서 완전히 바뀐 잠 패턴에 신기해하고 있다.


2. 우리 가족의 '밥'

 숲이는 드디어 하루에 분유 1000미리를 먹는다. 앞선 글을 못 보신 분들은 '아이의 양이 드디어 늘었구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그 반대다. 집에 오자마자부터 거의 1100~1300을 먹어서 우리를 약간씩 불안하게 했던 숲이, 이제는 거의 규칙적으로 200씩 다섯 번 딱 1000을 먹는다.

 초반에 또래 아이들보다 너무 많이 먹고, 심지어 분유는 가급적 1000을 넘으면 안 된다는데 숲이는 1000은 우습게 넘었으니, 특히 와이프의 걱정이 심했다. 하지만 배앓이를 하지 않고, 토하지도 않았으며, 배변활동도 잘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숲이는 또래에 비해 굉장히 잘 자랐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고, 숲이의 분유량을 1000 이하로 맞추기보다는 양껏 먹이는 선택을 했다. 그 결과 숲이는 현재 키 68센티미터 정도에 몸무게는 8.8킬로다. 그리고 오히려 점차 분유량이 적어지고 있는 걸로 보아 '갑작스러운 성장기이기에 많이 먹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혹시나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신생아나 영아인 자신의 자녀가 먹는 분유량이 너무 많아 고민이 있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크게 걱정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물론, 아이가 배앓이를 하지 않고, 소화도 잘 시키며 배변활동도 문제가 없는 경우만). 그리고 배앓이와 배고픔을 착각하고 계신 건 아닌지도 꼭 확인해 보길 바란다.

 우리 부부는 특이점이 왔다. 바로 오전식사를 한다는 것이다(아침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늦으니). 우리는 숲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집에서 아침밥을 먹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생활패턴이 바뀌니 오전에 밥을 먹는다. 그리고 비슷한 패턴으로 오후 7시 이후에 음식을 먹는 경우가 없어졌다. 와이프의 말이 생각난다. '이래서 부모님들이 아침밥을 먹는구나'


3. 우리 가족의 '놀이'

 숲이는 이제 움직이는 모빌을 잘 본다. 그리고 가끔 아기체육관도 한다. 그 외에는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듣기도 하며, 아빠가 보여주는 배치기 공연을 감상하기도 한다. 아! 숲이는 무엇보다 목욕을 너무 좋아한다. 이 정도로 좋아한다면 목욕도 하나의 놀이에 포함시켜도 될 것 같다.

 우리 부부의 놀이 역시 마찬가지다. 저렇게 숲이 와 함께 논다. 물론 힘은 들지만 이 보다 즐거운 건 없는 것 같다. 이외에 나는 이렇게 조금씩 글을 쓰는데 시간을 쓰고 있으며, 와이프는 숲이가 와이프 품에서 낮잠을 잘 때 가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즐긴다.


4. 그 외 일상

 아시다시피 우리 부부는 현재 함께 육아휴직 중이다. 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 집안일도 일상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는 서로 그나마 흥미 있어하는 집안일들을 분업해서 한다. 나는 주로 주방과 쓰레기 분리수거를, 와이프는 청소와 빨래를 맡는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겹치면 꾀나 귀찮을 텐데, 서로를 보완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밖에는 거의 나가지 않는다. 이에 대해 나는 전혀 불편함이 없고, 와이프는 가끔 둘이 함께 하던 외식이나 산책을 그리워하긴 한다. 와이프가 그리워 하던 외식과 산책은 이제 곧 셋이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숲이 100일 차! 객관적인 사실들을 정리하든 열거한 것처럼 보이지만 백일까지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나가고 있으며, 그 스쳐나가는 동안 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를 않는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다른 사람에게도 내 즐거움이 느껴질지 모르겠다. 이 즐거움을 생각하다 보니 꼭 아이가 태어나면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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