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말야.
만나고 싶은 마음보다는 만나서 그럴듯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 더 힘이 셌기 때문이다.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왜 늘 그 모양인지 모르겠다.
<<친절한 복희 씨>>중 단편 <거저나 마찬가지> 박완서,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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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앞에 서면 그럴싸하게 나를 꾸미려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솔직한 마음으로~“로 시작하는 자기 고백적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게 솔직해지는 순간은 발가벗겨지는 것처럼 수치스럽다. 들킬세라 꽁꽁 숨겨뒀던 이야기를 꺼낼 때엔 감출 겨를도 없이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떨리곤 한다.
이제는 담담한 척할 수 있게 된 점이 나이먹음의 혜택일랑가. 마흔다섯의 나는 어제 먹었던 점심 메뉴가 무엇인지, 좀 전까지 쥐고 있던 핸드폰을 어디에 두었던가 찾는 사람임을 먼저 고백해본다. 수치를 극복할 용기도, 고백할 패기도 없다면 잊으면 될 테니.
스스로를 보호하는 자기 방어기제 또한 강력해서 이제는 나를 힘들게 하는 것쯤 먼지라 여길 만큼 대범한 구석도 생겼다. 뭐, 그깟 먼지 조금 앉았다고 귀한 도자기가 나쁜 것으로 변하진 않을게다. 모두에게 귀히 여겨질 필요는 없다. 오직 알아보는 사람에게만 내 가치를 보여줄 뿐이다. 내 마음에서 벌어지는 불안을 다스리는 나름의 요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