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기술

좋은 실패란?

by 플랫화잍

어떤 종류의 이해는 실패하고 나서야 비로소, 삶의 자세로 남기도 한다.


<믿음에 대하여> 박상영, 문학동네,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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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라는 키워드로 도서 검색을 했다. 작화 기술, 가장 빨리 10억을 버는 기술, 매매의 기술, 꾸준히 하는 습관의 기술, 유혹의 기술, 독서의 기술, 저가 매수의 기술, 부동산의 기술 등등의 제목이 상위권에 랭크되어 주룩 떠오른다. 제목을 쭉 살펴보면 구체적인 (변화가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에 ‘기술’이라는 말을 붙였다. 즉 기술은 사람들의 필요가 만들어낸 일종의 방법이자 성과를 향한 요령이다.


우리 주위에는 뭔가를 ‘해내기 위한’ 방법을 담은 책이 많다. 인터넷 검색만 몇 번 거쳐도 훌륭한 사례와 다양한 방법론을 접하기 쉽다. 자기 계발 서적이나 유명인의 성공담이 꾸준히 인기를 끄는 이유와도 관련이 있겠다. 하지만 “야, 너두”를 외치는 방식은 다소 불편하다. 수많은 참조보다 바로 ’나‘처럼 되라고 독자에게 강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수능을 두 번 준비하며 오답노트를 작성하기가 가장 싫었다. 차라리 오답 몇 배 분량의 새로운 문제를 푸는 게 나았다. 그렇게 차곡차곡 풀리지 않는 실패의 이유를 쌓았다. 실패의 원인을 환경과 주변 사람의 탓으로 돌리기도 부지기수. 많은 성공 사례와 가이드는 실패하지 않는 법을 다루지 않았다. 실패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도 없었다. 왜? 실패하지 않는 단 한 가지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므로.


우리의 하루는 크고 작은 실패의 연속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좋은 실패’의 경험이 중요하다. 처음 스키를 배울 때 넘어지는 법부터 배우는 것과 같다. 눈이 쌓인 비탈에서는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배운 대로‘ 넘어지는 것이 안전하니까. 연이은 실패는 잘 넘어지게 만들고, 넘어지는 경험의 반복이 실패를 피하게 만든다.


멀리 있는 목표지점을 자주 확인하다 보면 코 앞의 요철을 놓쳐 헛디디게 마련이다. 험한 산일수록 시선을 발끝에 두며 보폭을 좁혀야 하고. 그러니 얘들아. 실패가 두려울 때,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막연할 때엔 너무 멀리 바라보지 말자. 크건 작건 내가 하던 일, 해왔던 일을 충실히 해내는 거야. 뚜벅뚜벅 나만의 보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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