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끝은.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아이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새처럼 다루어야 한다. 새를 손으로 쥐는 일은, 내 손으로 새를 보호하는 일이면서, 내 손으로부터 새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인생의 역사> 신형철, 난다,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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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은 평생에 한 번, 딱 한 사람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인줄 알았다. 어렸던 내 사랑은 그토록 극단적이라 타협되지 않았고 언제나 단호했다. 세상의 사랑이 여러 가지로 나뉨을 아이를 낳던 날 처음 깨달았다. 사랑은 저절로 샘솟지 않았다. 짜릿한 전율을 동반하는 건 더더욱 아니었다. 그럼에도 내 온몸은 본능적으로 너를 향해 있었다. 내가 낯설어서 시시 때때 눈물이 났다. 보송한 솜털이 드러난 네 볼이 내 볼을 부비던 어느 볕 좋은 날, 아득한 이 관계의 끝이 가늠되지 않았다.
이런 마음은 세대를 거듭하며 이야기와 노랫말로 입에서 입으로 오래도록 전해졌다. 형태가 변하고 보송한 솜털이 사라져도 사랑은 기억의 형태로 그 자리에 남는다고 믿고 싶다. 일상의 기억은 찰나이고 대개는 사소하지만, 모래알처럼 빠져나간 뒤 끝내 남는 기억은 사랑일 테니까. 그런 기억이야말로 나를 나답게 만든다. 어느새 길가다 누군가 “엄마!”라고 부르면 돌아보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아닌 걸 확인하고 피식 웃는다. 이제 우리는 아침에 헤어지며 “안녕“하고 늦은 오후에 다시 ”안녕“ 대답하며 만난다. 식탁에 둘러앉아 좋았던 기억을 반찬삼아 나누며. 그렇게 매일 관계의 끝을 확인하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