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의미찾기

낯설게 바라보기부터

by 플랫화잍


무엇이 아름다운 건지는 우리가 직접 정할 수 있어. 너는 너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발명하게 될 거야.


<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이야기 장수, p.307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대가 있다. 산너머 서쪽 하늘이 주홍빛으로 빛나는 해가 질 무렵이다. 설거지를 하는 개수대는 서쪽을 향해 있어서 여름에는 저녁상을 치울 때, 겨울에는 저녁을 준비하다가 노을을 맞이한다. 비가 왔다가 개인 날이면 공기가 깨끗해져서인지 노을빛이 더 아름답게 번진다.


유독 내 핸드폰 사진첩에는 노을 사진이 많다. 굳이 필터를 사용하지 않아도, 멋진 피사체가 없어도 들이밀면 노을 무렵에는 그럴듯한 사진이 찍히기 때문이다. 하루 중 짧은 시간이지만 느릿하게 지나가다 보니 순간포착을 위한 순발력을 요하지도 않는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해가 뜨고 지는 전후 30분을 매직 아워라 부른다. 태양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으면 피사체 너머 빛이 곧바로 카메라에 들어오기 때문에 물체가 흐릿하게 찍히게 된다. 매직 아워에는 강하게 내리 꽂히는 태양광이 순해지고 자연의 풍경 아래 자동차와 가로등, 건물의 불빛도 선명해진다. 진한 색을 발하는 빛과 어두운 피사체의 실루엣이 어우러지며 별다른 기술 없이도 다채로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


일상은 늘 아름다운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순간이 각인될 만큼 강렬하지도 않다. 밋밋한 일상에서 둔해진 감각은 매직 아워를 무심히 지나치게 만든다. ‘낯설게 바라보기’는 일상 속 매직 아워를 탐색하는 작업이다. 여행도 이런 낯설게 바라보기의 연장선 일터다. 사람들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대상에 부여하는 의미 역시 동일할 수 없다. 그러나 저마다의 매직 아워, 나만의 새로운 의미 찾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행복인지 모르고 지나쳤을 사소한 순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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