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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화잍 Jun 02. 2023

실패와 해결의 시간, 새벽 4시.

가진 것 없는 마음 하나로 나 한없이 서있소


새벽 4시는 ‘해결’의 시간이다. 암호 같은 단어가 해독되고, 작가의 문장이 그의 육성으로 다가온다. 좀 더 가까이, 보다 깊이 느끼려 잠을 떨쳐냈다. 새벽 기상에 성공한 날은 아침밥도 맛있게 차려진다. 쫀쫀하게 흘러간 하루의 끝에 만나는 찬 공기, 다음 새벽을 향한 또 다른 기다림이다.


늘 새벽에 일어나는 건 아니다. ‘실패’하는 날이 더 많다. 나는 바지런함과 거리가 멀고, 의지가 강하지 않아서 새벽의 마법을 부리기보다 새벽이 부리는 마법을 믿는 편에 더 가깝다. 마법의 시간이 꼭 새벽일 필요는 없겠다. 생각하기 나름이니 한밤중, 아이들 등교 직후 오전도 얼마든지 매직아워가 될 수 있다.


처음 새벽기상에 성공했던 날, 오후 내내 무겁게 내려앉는 눈꺼풀을 치켜뜨느라 커피를 여러 잔 들이켰다. 말콤 글래드웰도 천재성보다 여건과 노력이 중요하다고 적지 않았던가! 다른 때는 관심도 없던 작가의 한마디를 부여잡으며 꾸역꾸역, 조금씩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앞당겼다. 이부자리의 안락함, 치명적인 유혹. 그럼에도 나에게 맞는 최적의 시간을 찾아보려 애썼다. 내 마법은 꾸준한 반복과 일상의 공생으로부터 발휘될 테니까.


새벽기상 6년째. 여전히 힘들다. 여름에는 이게 새벽인지, 아침인지 구분하기조차 어렵다. 일에 치이고, 사람들을 많이 만난 날이면 아무 생각 없이 잠만 자고 싶다. 시끄러운 마음과 상관없이 날은 언제나 밝아온다.


새벽형 인간이 아님을 잘 안다. 아니, 알아버렸다. 이제는 꼭 새벽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첫 발을 내딛던 그날의 열심을, 내 한계를 알아버렸으므로. 이따금 잠 잘 타이밍을 놓쳐 한밤중을 달리다가 희뿌옇게 동트는 새벽을 만난다. 일어나야 하는 새벽 4시, 여태 뭘 했을까, 몸이 재산인 애가 생각은 있는 걸까,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고요한 시간, 머릿속은 복잡하다.


“가진 것 없는 마음 하나로 나 한없이 서있소.”


김광석의 노래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의 일부분이다. 가진 것 하나 없어 여한 없다는 그의 노래가 내 마음 같다. 시공을 초월하여 내 앞에 펼쳐진 노랫말 한 줄, 이 또한 새벽 4시가 부리는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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