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마 모지스(Grandma Moses)라는 미국의 작가가 있다. 본명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Anna Mary Robertson Moses).
1860년 미국 뉴욕주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평생을 농부의 아내로 살아온 평범한 여성이다. 미술 교육을 정식으로 받은 적도 없고, 젊은 시절에는 가족과 생계를 책임지며 그림을 취미로만 접했다. 그러나 바로 그 소박한 삶의 기억이 훗날 그녀의 작품 세계를 이룬 바탕이 된다.
작가는 무려 78세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관절염으로 바느질조차 힘들어진 작가는 붓을 들었고, 오랜 시간 마음속에 품어온 농촌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웃에게 선물하거나 동네 전시에 내는 정도였지만, 우연히 작가의 그림을 본 한 수집가의 눈에 띄며 뉴욕 화단에 등장하게 된다.
이후 ‘그랜마 모지스’라는 이름으로 미국 전역에 알려졌고, 세계적으로도 사랑받는 작가가 되었다.
그랜마(Grandma)라는 호칭이 붙은 이유는, 작가가 그림을 시작했을 때 이미 할머니 나이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작가의 이름은 친근함이 녹아들게 되었고 또 인생 후반부에 꽃 피운 예술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별명이 되었다.
나도 친근하게 할머니라고 해야겠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복잡한 기법이나 형식미를 따르지 않는다. 순수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시골의 계절, 노동, 축제, 공동체의 삶을 그려낸다.
할머니의 그림 속에는 평온함과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의 숨결이 녹아 있다.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내가 패션 공부할 때 알게 된 작가일 것이다. 한번 보고 그림에 빠져서 계속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림을 관람할 때 내가 그림 속에 있는 상상을 하곤 한다. 이 그림 속엔 아주, 들어가고 싶었다.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을까.
할머니의 시선이 담겨 온기를 머금은 그림들은, 마치 살아 숨 쉬듯 감상자에게 풍경의 따뜻함을 전해준다.
모지스 할머니는 101세까지 살면서 약 1600점의 그림을 남겼다. 할머니의의 작품은 베닝턴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스미스소니언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 등 여러 기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100세 생일에는 뉴욕시가 ‘모지스 할머니의 날’을 선포하기도 했다.(나중에 꼭 직접 그림을 보고 싶다.)
2006년에는 1943년작 ‘Sugaring Off’가 크리스티 경매에서 11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93세에는 타임지의 표지 모델이 되었고, 할머니의 삶과 예술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의 상징이 되었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Life is what we make it, always has been, always will be.”
삶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항상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더불어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다. 78세부터 101세까지의 시간이, 할머니의 포텐셜이 가장 빛났던 시기였다. 그동안 남긴 작품이 1600점에 달한다고 하니, 5.5일에 한 번꼴로 그림을 완성한 셈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스스로 삶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믿는 마음,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집념, 그리고 멈추지 않는 움직임. 이 모든 것이 바로 그 할머니의 장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신이 건강해야 육체도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참 좋은 본보기인 것 같다.
할머니의 그림들
정말로 이런 마을이 어디엔가 존재했으면 좋겠다.
눈 내린 추운 겨울을 그렸지만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따뜻함이 스며있다.
화사함과 발랄함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진다.
사계절의 변화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펼쳐진 그림들이다. 마치 한 편의 동화를 지어도 될 듯하다.
이런 따뜻한 그림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아이들은 함께 뛰놀고, 여자들은 모여 요리하고 빨래하며, 남자들은 말을 타고 사냥을 나선다. 마을에선 결혼식과 파티가 열리고, 이웃들은 함께 모여 서로를 도우며 살아간다.
그 속엔 어딘가 모르게 우리 옛 한국의 정서도 스며 있는 듯하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끌리는 것 같다.
아마 할머니가 그림을 통해 말하고 싶으셨던 건, 사랑하는 공동체와 함께 살아온 ‘같이’의 삶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오늘 경복궁에 갔다 왔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졌다.
모두 더위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