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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 Sep 07. 2022

내 생에 출근이라니

사회생활은 처음이라


내가 미국에 온 과정

우리는 꿈을 꾸며 살아간다. 나는 학생 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성악가, 뮤지컬 배우 등 노래에 관련된 직업을 썼다. 성악을 전공하려고 했으니 그 분야에 관련된 직업을 적은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노래가 전부였던 나에게 음악을 관두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사실 내 선택이긴 하지만 너무 힘들었다.) 나는 심각한 생각에 빠졌다. 아무런 소속감도, 살아갈 목적도 없는 것 같았던 그때 가족들이 다 각자 출근을 하고, 학교를 간 그 시간에 나는 홀로 집에서 누워있다가 그냥 막연히 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울해서도 아니고 그냥 왜 살아야 하는지를 몰랐다.


살기 위해 다시 공부는 해야 했기에 혼자 글을 써 가며 며칠 간의 치열한(?) 고민 끝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추려보았다. 그리고 음악 이외에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두 가지 추리게 되었다. 요리와 패션.


요리는 직업으로 삼기 너무 힘들어 보였고, 그냥 취미 정도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패션 공부를 시작했다. 배우는 와중 다시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을 했고, 그래서 패션 공부가 끝나자마자 나는 미국으로 나왔다.



성악을 공부하기 위해 지낸 3년간의 독일의 삶은 나를 다시 외국으로 밀어냈다. 돈과 시간을 버린 것 같은 독일의 경험이 내게 다시 나가라는 용기를 주었다.


과연 독일에 머물렀던 시간이 없었더라면 외국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을 했을까?




음악에 대한 실패감,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로 인해 겪은 폭식증, 탈다이어트의 선언, 이 요소들은 나를 책을 읽게 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지금이 가장 젊을 때이고, 해 보고 싶은 것 다 해보라는 어른들 조언과 책을 읽으며 용기를 얻어 무작정 미국행을 택했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해 보지 않아 걱정 반, 설렘 반


어쩌면 나는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사건, 사건에 의미를 부여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선택과 행동에 의미를 부여할 때 나 스스로 나에게 떳떳하며, 더 나은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나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된다.




스티브 잡스의 명언 중

Of course it was impossible to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when I was in college.

"물론 제가 대학을 다닐 때는 미래를 보고 점들을 연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But it was very, very clear looking backwards ten years later.

하지만 10년 후 되돌아보니 그것은 아주 아주 분명했습니다.

Again,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다시 말해, 지금 당신은 점들을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과거로 되돌아보았을 때 그것들을 연결할 수 있죠.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그러니까 지금의 점들이 당신의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지 연결된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You have to trust in something - your gut, destiny, life, karma, whatever.

당신의 배짱, 운명, 삶, 업보 등등 무엇이든지 간에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Because believing that the dots would connect down the road will give you the confidence to follow your heart even when it leads you off the well-worn path."

왜냐하면 현재의 점들이 미래로 연결된다는 믿음이 여러분의 가슴을 따라 살아갈 자신감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무한 긍정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너무 절박해서 그냥 나의 모든 인생이 점으로 연결되길 간절히 바랐던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출근은 처음이라

LA는 자동차 없이 다니긴 힘들다. 땅도 워낙 넓고 운전하는 게 편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미국에서 차를 운전할지 말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고 한다고 해도 면허를 다시다고 중고차를 구입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회사는 공장단지에 있어 버스로 1시간 10분 정도, 넉넉하게 1시간 30분이 걸린다. 출근 첫날이라 긴장도 했고, 길도 잘 못 찾는 편이라 2시간 정도 일찍 나왔다. 다행히 30분 전에 도착했다.



정신없이 흘러간 출근 첫날, 사수 언니는 이메일 정리하는 것부터 알려주었다. 세상에... 교수님한테 과제 이메일만 보내봤지 이렇게 보내는 양식을 꼼꼼히 두세 번 확인한 적은 처음이었다.  첫날이라 그런지 긴장하며 배운 탓에 좀 더 어렵게 느껴졌다. 글자 하나라도 내가 잘못 쓰면 다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시스템이라 더욱 집중하며.


어렵고 힘든 일은 아니었지만 모든 프로세스가 한 번에 들어와 내 머릿속에 집어넣기에 바빴다. 정신이 나갔다 들어왔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납기가 중요한 패션회사라 시간이 중요하다고 팀장 언니가 말씀해 주셨다. 거기에 힘이 바짝 들어가 초 집중하며 일을 했다.


예전에 시간관리에 대한 책에서 직장인 메일 정리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아직 학생이었으므로 내 메일함은 광고. 스팸 메일이 다였다. 첫 출근 후, 왜 메일함이 가득 차 있으며 메일을 능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책에서 설명하는 의미를 깨달았다.


수많은 회사들은 서로 협동하며 세상이 원하는 무엇인가를 내놓는다. 작게는 몇 백만 원부터 몇 억 원까지 돈들이 메일로 오고 간다는 것을 첫날 새삼 깨달았다. 회사 생활을 하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겠지만 사회초년생인 나는 뭔가 세상이 신기해 보였다.


어렸을 적부터 음악으로 직업을 가지려고 했던 내가 회사생활을 하다니,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




출근 4일 차의 기록

출근 3일 차 때까지 회사에 갔다 오면 바로 뻗었다. 아침에 일찍 나가 긴장한 상태로 하루 종일 업무를 배우며 저녁에 들어오면 저녁을 챙겨 먹고 씻고 잤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는데 4일 차 땐 조금씩 회사 시스템을 크게 생각해 보았다. 아무도 처음부터 일일이 회사가 운영되는 시스템을 알려주지 않는다. 회사가 돌아가는 과정 중 나에게 맡겨진 업무를 할 뿐이다. 3일 했다고 조금 머릿속에 여유가 생겼는지 이 프로세스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

이 경험은 또 나를 어디로 끌고 갈까?


퇴근 후 버스 정류장을 걸어가며 찍은 하늘

LA의 맑은 하늘은 피로를 싹 가시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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