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카페에 앉아 일을 하고 있는데, 남자와 여자가 들어왔다. 커플은 아닌 듯, 서로 예의를 바짝 차리고 앉았다.
듣고 싶어서 들은 건 아니지만,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소개팅 자리 같았다.
이것저것 질문을 주고받는다. 남자는 여자의 화장하는 법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꺼내고, 여자는 묻는 말에만 짧게 대답했다. 여자의 표정은 재미없어 보였고, 한 번씩 웃어주긴 하지만 시선은 계속 창밖을 향한다. 대화 중에 하품을 하기도 하고, 한쪽 턱을 괴고 앉아있다가 심지어 남자 앞에서 대놓고 화장을 고친다.
느낌상.. 잘 되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예전에 내가 했던 소개팅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눈치코치입치..(?)
나는 눈치가 빠른 편이다.
머리 스타일, 화장, 안경 같은 작은 변화도 금방 눈치챈다. 오늘은 친구가 새 귀걸이를 하고 왔길래 바로 알아봤다.
“어? 너 귀걸이 바뀌었다!”
친구는 내가 알아봐 준 게 좋았는지 웃으며 쑥스러워했다.
한 번은 사촌 여동생이 염색하고 매직을 했는데, (컬러 차이가 별로 나지 않고 원래 생머리다.)
“어? 너 오늘 머리 뭔가 달라, 차분해 보인다?”라고 했더니, “헐, 언니 나 염색하고 매직했잖아! 언니가 처음 알아봤어. 아무도 못 알아봤는데!” 하며 놀랐다.
확실히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이런 걸 알아봐 줄 때 더 좋아한다.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그 사람의 말투가 금방 들어온다.
친구가 자주 쓰는 표현 중 ‘거진’이라고 있다. 내 주변사람 중 딱 이 친구만 이 표현을 사용한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라 내 머릿속에 금방 들어왔다.
거진 다 끝났어 = 거의 다 끝났어
처음엔 ‘거진?’ 하고 갸웃했지만, 문맥상 그냥 알아들었다.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등 여러 설이 있지만 정확한 출처는 모르겠다.
어느 날은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많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거진..”이라는 말을 쓰고 스스로 놀랐다.
#친구의 건강
운동에 관심이 없던 친구가 갑자기 건강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너무 반가웠다.
운동하는 나를 알고, 친구가 운동 방법을 물어왔다. 그래서 내가 매일 하는 스쿼트와 런지 자세를 알려주고, 공원에 나가 천천히 함께 달렸다.
운동이 끝난 뒤, 친구는 너무 개운하다고 말한다.
“운동.. 해야지.... 알긴 아는데 잘 안 하게 돼. 확실히 옆에서 누가 같이 해주니까 도움이 된다.”
나는 운동이 습관이 돼서 안 하면 이상하지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습관을 들이는 게 참 어렵다는 걸 안다.
운동 후 친구가 “이제 쉴 때 너랑 같이 운동 좀 해야지...” 하고 말했는데 문제는 이 친구가 변덕이 좀 있다.
이번에는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
운동 다음 날, 근육통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축하해..! “
... 그런데 왠지 조만간 연락이 뚝 끊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잘 구슬려야겠다.
#매력 뿜뿜 아저씨
일하는 중에 50~60대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오셨다. 물건 두세 개를 들고 선물한다고 이것저것 물어보시길래, 각각 다른 사람 선물인 줄 알았다.
그런데 두 개 모두 아내 선물이라며, 골라 쓰라고 여러 개를 사신다고 했다. 꽃무늬, 도트무늬, 기하학무늬… 아저씨는 한참 동안 신중하게 고르고 또 고르셨다.
성격은 쾌활하시면서도 취향이 분명했다. 응대하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즐거웠다. 아내를 많이 사랑하는 분 같았다.
남은 상품이 하나뿐이라 DP 제품이라도 괜찮으신지 여쭈니,
“아내 줄 거라 새 거 가져가야 해요.”
영수증 드릴까요? 하니,
“아니, 영수증 가져가면 아내가 내가 고른 게 맘에 안 들면 바꿔버리잖아. 버려주세.... 아니, 줘봐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여기 언제까지 해요?”
말도 너무 유쾌하게 하셔서 웃음이 절로 났다.
아저씨가 떠난 뒤, 친구와 둘이서 “아내를 정말 사랑하시나 봐. 심심할 틈 없이 재미있게 사실 것 같지?” 하고 이야기했다.
#데려오고 싶어요
이 아이들이 내 발걸음을 붙잡고, 시선을 빼앗아 버렸다.
‘괴근식물’이라고 한다.
: 뿌리나 줄기 일부가 비대해져 덩어리 진 형태로 양분을 저장하는 식물
사막이나 건조한 환경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이런 형태로 진화했다.
꽃은 예뻐서 좋아한다. 그 예쁨엔 꽃의 화려한 컬러도 한 몫한다. (꽃은 이름도 화려하게 ‘꽃’이네...)
비교적 색감이 없는 초록 식물들 속에서도, 꽃을 볼 때와 비슷한 예쁨을 점점 느끼게 된다. 그들만의 싱그러움이 또 다른 예쁨을 만들어낸다.
마음까지 싱그러워지는 것 같다.
한참 동안 구경했다.
하나씩 다 사서 키워보고 싶다.
#고민
고민되는 일이 생겼다.
주말이지만 주말이 아니다.
다음 주는 조금 빠듯한 주가 될 것 같다.
그래도 감사하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