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남깁니다

산티아고순례길. 산토도밍고 - 벨로라도 22.2km

by 실버레인 SILVERRAIN

6:40분 알베르게에서 나왔다.

차가운 새벽공기에 적막한 거리

청소부 아저씨가 청소하시는 중인가 보다.

새벽 일찍 나오면 어느 마을에나 보이는 청소부 아저씨들

가장 아침을 일찍 깨우시는 분들.. 존경스럽다.

불빛 없이 걸을 수 없는 산길이 나왔다.

휴대폰 불빛 하나에 의지하며 걷는 아침 순례길

걷다 보면 이제 어둠이 걷힌다.

살아가며 어둠이라고 생각한 길을 묵묵히 걷다 보면 서서히 밝아지는 날도 있겠지? 아니, 그렇게 믿는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색이 가장 아름답다.

저-기 마을이 보인다.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마을에 갔다.

벽화들이 순례자들을 제일 먼저 맞이해 준다.

장난감 같이 귀여운 쉼터도 만났다.

가운데 있는 할아버지는 70대가 훌쩍 넘으셨는데 순례길을 걷고자 하는 의지로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영어도 못하시는데 혼자 한국에서 오셨다. 너무 대단하시다..! 그리고 옆에 아주머니가 할아버지의 사정을 아시고 순례길을 동행하시기로 했다.


순례길에서 처음 만난 분을 챙긴다는 일이 참 어려울 텐데.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해 주셔서 나도 힘이 났다 외국인들을 만나는 것도 너무 좋지만 또 외국에서 만나는 한국인들도 너무 반갑다. 이제는 더 이상 한국에선 만날 수 없는 한국인의 정이라서 그런가...

뭐 내가 도시에 살아서 그럴 수도 있다.

마을에 돌아다니는 망아지가 너무 신기했다.

너는 어느 집 망아지니?

아직도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동네가 조용한 마을이다.

가슴 뻥 뚫리는 내 앞의 풍경

순례길을 걷다 보면 별의별 길을 다 만난다.

돌길, 흙길, 자갈길, 모래길

밟을 때마다 느낌이 다른데 이날은 길이 눈에 더 들어욌다.

내가 걷고 있을 때 기계로 길을 평평하게 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이 순례길도 누군가의 땀으로 우리가 편히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모든 것이 그냥 된 것이 없다. 우리는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또 계속 가지고 싶어서 우리가 가진 것을 보지 못한다. 망각한다.

뜨거운 태양아래 익어가는 해바라기들

음.. 큰일이 났다.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

까미노 앱에서 이 마을에 카페가 있다고 했는데 카페가 나오지 않았다. 카페 = 화장실

지나가는 마을 주민에게 물어보니 더 가야 한다고 했다.

오 마이갓....

조금 더 가니 카페는 나왔는데 절망스럽게도 문이 닫혔다.

울고 싶다.

어쩔 수 없이 그냥 가기로 한다.

또 다른 한 마을이 나왔다.

제발 있겠지...?

그 와중에 저 앞에 덩그러니 놓인 강아지 한 마리가 보였다.

따사로운 햇빛에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댕댕이

너무 귀여워 웃음이 안 나올 수 없었다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서 결국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와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주스는 목 축일 정도로만

같이 걸었던 프랑스 친구 짐도 우연히 다시 만나 함께 걷고

걸으며 카페는 왜 안 나오는지에 대해 깊게 이야기했다.

ㅋㅋㅋㅋㅋ

오늘은 돌아다니는 동물들이 많이 보인다.

너는 주인이 누구야?

이쯤 되니 그냥 체념하고 걷기 시작했다.

‘오늘 도착할 마을에 가서야만 화장실을 갈 수 있겠구나...‘

거의 다 온 것 같다

진짜 다 왔다..

제일 먼저 맞이해 주는 잘 마른빨래들

이 그림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나는 쌩 지나쳤지.

먼저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안타깝게도 체크인 시간보다 빨리 가서 체크인을 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이 길은 왜 이렇게 예쁜지:)

숙소 앞 골목 카페에 들어갔다.

다행이다...

화장실 문제를 해결했다.

카페수혈도 하고

간식을 먹고 있는데 스페인 아저씨가 말을 건다.

스페인어로 블라블라 말씀하셨는데.. 단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였다ㅎㅎㅎㅎ... 하지만 리액션은 풀가동 중

우리는 한 5분 동안 계속 말했다. 말이 통하지 않은 채로....

다시 생각해도 웃긴 장면이다.

체크인 시간이 다 돼서 할아버지께 인사하고 나왔다.

할아버지는 마지막까지 나에게 뭐라뭐라 말씀해 주셨는데..

다시 알베르게 앞으로 가니 어느새 줄 서있는 순례자들

들어가니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편안한 시골집에 온 것 같았다.

순례자들의 흔적들

순례자들이 남기고 간 편지들을 읽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

너무 감정이입이 되었다.

뒤에 오는 순례자들에게 하는 말들, 먼저 하늘에 간 가족들에게 한 말들, 자신에게 하는 말들.. 진심 어린 편지들이 내 마음을 울렸다. 나도 편지를 써서 붙이고 왔다. 다시 그 편지를 볼 날이 있을까?

체크무늬 이층침대는 한 껏 발랄한 느낌을 주고

뒷마당에는 수영장과 선베드가 있었다.

여기 너무 좋잖아...?!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마트에 가는 중

스페인에서 많이 보이는 빨간 차

열정의 나라답게 빨간색을 좋아하는 것 같다.

마트에서 간식거리를 샀다.

간식거리들도 팔고

끝쪽에는 절인올리브를 팔고 있다.

이제야 마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골목골목, 너무 예쁜 마을이다.

산타마리아 교회

아까 여기 지나왔는데 여유를 가지고 보니 다르게 보인다.

지브리 만화 속 같은 느낌도 있고..

숙소로 돌아와서 쉬는 중 나헤라에서 만난 미아, 벨라, 메기 대만친구들을 만나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

빠에야 간판을 보고 영업당해 온 우리들

빠에야 3개, 치킨, 타파스.... 엄청 많이 먹었다....

파란만장한 하루다.

순례길 매력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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