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의 의미?

산티아고순례길. 벨로라도 - 아헤스 27.6km

by 실버레인 SILVERRAIN

5시 30분부터 사람들의 알람이 울린다.

조금 더 눕고 싶었지만 이미 정신이 깨버려 나도 일어났다.

부랴부랴 샌드위치를 싸고 나갈 채비를 한다.

나오니 6:20

딱 가로등까지 환하다.

가로등을 벗어나면 깊은 새벽이 시작된다.

얼굴을 찍었는데 안 보일 정도..

도로반사판과 휴대폰불빛에 의존해 걷는 새벽길

이날은 역대급으로 캄캄해서 살짝 무섭기도 했다.

다행이다.

이 표지판이 안 보였으면 다른 길로 갈 뻔했다.

새벽엔 특히나 갈래길에서 헷갈린다. 그래서 항상 두리번거리며 표지판을 찾는다.

어둠에 고개를 숙인 해바라기들은 살짝 공포스럽다.

첫 마을이 나타났다.

오늘은 구름이 끼어서 더 어두웠나 보다.

며칠 전 길에서 만난 한국인 중년부부께서 쉬고 계셨다.

반갑게 인사해 주시며 쉬다 가라고 하셨지만 이미 쉴 마을을 정해 놔서 이 마을은 그냥 패스하기로 했다.

자기주장 강력한 해가 곧 떠오르기 시작한다.

정말 많죠..?

실제로 보면 경이롭다. 살면서 볼 해바라기 여기서 다 보는 느낌..(?)

궁금해졌다. 왜 해바라기를 이렇게 많이 심는지


해바라기씨 : 유럽에서는 해바라기씨를 그냥 간식으로도 먹고, 빵이나 샐러드에 넣기도 한다.

해바라기유 : 특히 스페인, 프랑스, 헝가리, 우크라이나 같은 나라들이 해바라기유 주요 생산국이다.

사료용 / 바이오 연료용 : 일부는 동물 사료로 쓰이거나, 바이오디젤 연료 원료로도 사용된다.

농업 순환 작물 : 해바라기는 뿌리가 깊어서 땅을 건강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밀, 보리 같은 작물 사이에 돌려가며 재배하는 경우가 있다.

날이 밝고

계속 걷기

앞으로 몇몇 순례자들이 보인다.

쭉쭉 가자

이제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잘 보이는 표지판

투박한데 고풍스럽기도하고, 스페인 시골집이라고 하면 저절로 끄덕여지는 그런 집

집 외관에 꽃, 장식 등 밋밋할 수 있는 외관을 풍성하게 꾸며 순례자들에게도 볼거리를 준다.


스페인사람들의 특징인가? 다른 인테리어지만 아기자기하고 컬러풀하고..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다시 출발

오른쪽은 해바라기 밭

왼쪽땅은 아무 작물도 없다.

쉬는 땅인 것 같다.

쉬어 갈 마을에 도착했다. 고속도로 옆으로 합쳐지는 길


차로 2,30분이면 도착할걸 순례자들은 왜 이 길을 선택했을까? 궁금해하며, 또 나에게 물으며 걸었다.


21세기에 순례길은 비효율적인 길이다.

순례자들은 돈과 시간을 들여 이 길을 걷기로 했다.


왜?

이 시간으로 무엇을 깨닫고 싶은지?

어쩌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나?

그 의미를 내가 부여하기로 결정하는 걸까?

모든 것은 나의 생각에 달렸나?


원초적인 생각으로 돌아가 사람, 시간, 건강, 돈, 우선순위 등 삶의 토대를 이루어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아직 나에게 명확한 답은 없었다.

시간이 쌓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죽기 전에 이 순례길에 대해 스스로에게 묻고 싶어졌다. 왜 걸었냐고, 뭐가 달라졌냐고. 아마 마음속에 문뜩문뜩 이 생각들을 품으며 계속 살아갈 것 같다.

두 카페가 있었는데 조금 더 걸어야 하는 카페로 갔다.

왠지 사람이 덜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여긴 고양이가 아니라 강아지가 맞이해 주네

안녕?

순례자들도, 마을 할아버지들도 보인다.

딱 봐도 오래된 건물

보존을 너무 멋스럽게 잘하고 계셨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은 몸을 싹 녹여준다.

싸 온 샌드위치와 카페콘레체, 오렌지 주스를 먹었다.

바게트 빵이 딱딱했는데 배고프니 다 맛있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무슨 이야기를 아침부터 높은 텐션으로 재밌게 하시던지~ 웃으며 구경했다.

다시 출발

풀 밭에 토끼인 줄 알았는데 고양이네

안 어울리는데 스페인이라 어울린다.

이제 숲길이 나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봐 왔던 길이라는 또 색다른 느낌이다.

여때까지는 평야가 많고 시야가 탁 트여왔다면 여기는 나무들이 양 옆에 가까이 붙어있어 시야가 넓지는 않다.

풀들도 색깔이 다양해 구경하며 가는 재미가 있다.

앞으로 먼저 간 순례자의 흔적

오늘은 자갈이 많이 보이는 흙길

이렇게 돌멩이로 만든 화살표도 보인다.

날씨가 맑아졌나? 했지만

걷다 보면 다시 구름이 끼고!

여기는 직접 그린 그림과 설치미술 같은 게 보인다.(확대해석일 수 있다)

다시 걷히는 구름

진한 하늘색이 실시간으로 드러나는 게 너무 예쁘다.

구름이 없으면 심심했을 뻔한 풍경

다리 아파도 그냥 웃으면서 걷게 되는 구간이다.

나 진짜 순례길에 있나?

신발 한 번 벗을 때가 된 것 같아서 다음 마을에서 쉬었다.

사과 먹으며 멍 때리기 중-

한 번 앉으니깐 엉덩이가 무거워진다.

거의 다 왔는데 마지막 코스가 고원이다.

바람도 많이 불어 자기주장 확실히 하는 잔머리들.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다 왔나? 싶으면 아직 끝나지 않은 길

터줏대감인 것 같은 나무도 지나고

드디어 저기 반가운 마을이 보인다.

직접 그린 것 같은 귀여운 표지판

작고 정겨운 시골 마을 느낌이고 실제로 인구도 몇 백 명 밖에 되지 않는다. 마을 분위기가 진짜 "순례자를 위한 쉼터" 같은 느낌.


옛날 돌집, 좁은 골목길, 그리고 조용한 들판 풍경이 어우러져 있다. 알베르게 수는 많지 않고, 마트도 없다.

식사는 식당에서 사 먹던가 굶어야 한다.

오늘의 알베르게

구글로 검색해 보니 지금 영업 중인 식당이 한 군데 있어서 방문했다. 옵션이 없었다. 그 와중 꽃들이 또 눈에 띈다. 분위기를 확 살려준다.

들어갔는데 아주머니가 계속 스페인어로 말하셨다.

난처한 표정을 지었더니 옆에 앉아있던 순례자가 번역해 주었다.

"지금 말고 6시부터 저녁식사야"

나는 네 시에 갔다.

여섯 시에 다시 와야 할지 고민하며 가려고 하는데 그냥 지 금 해주시겠다며 앉으라고 했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직접 다 인테리어 하신 거라고 했다.

화장실도 얼마나 예뻤던지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기억이 난다. 인테리어를 보며 있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시는 분들 같았다. 그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세월이 쌓여 만들어 낸 분위기

남편분은 뒤쪽에서 음료를 담당하고 계신다.

순례자 코스 17유로 (좀 비싼 감이 있다)

첫 번째는 닭고기 누들수프

근데 이거 왜 이렇게 시큼하지... 입맛에 맞지 않아서 좀 실망했다. 같이 나온 빵은 맛있었다.

메인 요리

닭고기와 돼지고기 중 돼지고기를 선택했는데 닭고기가 나와서 당황했다. 하지만 그냥 먹었고 예상외로 꽤 맛있었다. 저 밥은 찰밥인데 닭고기와 잘 어우러진다.

약간 우리나라 닭백숙을 좀 더 짭조름하게 조리한 느낌?

마지막 디저트는 옥수수빵과 푸딩인데 보통의 맛

가격대비 퀄리티는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스페인 아주머니의 정과 아름다운 가게의 분위기가 나를 채워준 그런 식사시간이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따뜻함이 있는 마을

아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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