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순례길. 부르고스 연박
오늘은 부르고스에서 연박하는 날이다. 나는 순례길에서 총 세 번의 연박 계획을 잡았다.
팜플로나, 부르고스, 레온.
세 곳 모두 대도시이고 하루 정도 더 머물며 돌아보기 좋은 곳들이다. 구간도 적절히 띄엄띄엄 배치되어 있고
알베르게는 체크인을 다시 해야 해서 시내로 일단 나왔다.
숙소 앞 카페 와서 아침을 시켰다.
토르티야와 카페콘레체
Do all things with love
모든 것을 사랑으로
사랑은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크고 소중하게 느껴온 가치이다. 결국 사랑이 없으면, 삶은 그 어떤 것도 온전히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남녀 간의 감정적인 사랑을 넘어, 희생적이고 무조건적인 아가페 사랑을 추구할 때, 인간은 비로소 진정한 ‘살아있음’을 느끼며 삶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나는 어릴 적부터, 내 안에 사랑이 유난히 많다는 것을 느꼈다. 감사하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기에, 그 사랑을 언젠가 다른 이들에게도 돌려줘야 한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초등학교 시절, 내 짝꿍이었던 한 남자아이는 가정에 불화가 있었고 ADHD 증상이 있어 늘 불안정해 보였다. 그 아이는 거침없이 욕을 하거나 때로는 폭력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 아이를 피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아이에게 연민과 아가페적 사랑을 느꼈고, 변화시키고 싶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떻게 그 아이를 대해야 할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옆자리에 앉아 지내는 동안 그 아이는 점차 안정감을 찾아갔고, 나중에는 조심스럽게 나에게 마음을 의지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때로는 나만의 세계가 또렷해서,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내가 이 세상에 잘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만의 시야와 가치관을 신뢰한다. 내가 받은 사랑, 그리고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이 세상과 연결될 수 있음을 믿는다.
다리에 약간 무리가 간 것 같아서 무릎보호대를 샀다.
어떤 아주머니께서 '그 다리 70년 더 써야 하는데 잘 가지고 다녀야지' 말씀에
'맞아... 맞지.. 맞네..' 고개 끄덕끄덕
보호대를 끼니 훨씬 나아졌다.
어제 들른 부르고스 대성당 앞 벤치에서 몇십 분 동안 사색에 잠겼다.
한국 라면 판다는 마트도 들러보고
배꼽시계가 울려 밥을 먹으러 간다.
한식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라멘이 먹고 싶어 라멘집에 왔다.
문 앞에서 싱가포르 아주머니를 만나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상이 너무 좋으시다.
소녀 같은 면도 있으시고 :)
우리는 자연스레 합석하며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돈코츠 라멘이었나?
라멘 초집중하며 젓가락질 중
그런데 약간 짰다..
전망대가 있다고 들어 전망대에 올라가기로 했다.
길치라 올라가는 길을 살짝 헤매긴 했지만 ㅎㅎ
나무 틈으로 보이는 부르고스 대성당
부르고스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뒤에 내가 걸어왔던 길들도 보이고
자세히 보면 성당보수를 하고 있는 작업자가 있다.
아찔한데... 저렇게 일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또 볼 수 있다. 감사한 마음!
다시 내려가는 길
내일을 위해 마트에서 복숭아와 오렌지주스를 사 왔다.
오늘은 일찍 눕는다.
며칠간 달려왔던 걸음을 하루 쉬고 재정비하니 다시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침대에 순례자들의 흔적을 보며 잠이 드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