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순례길. 로그로뇨 - 나헤라 29.6km
6:20분 알베르게를 나선다. 간밤에 꽤 잘 잔 것 같기도 하고...
오늘도 이바랑 같이 출발하기로 했다.
로그로뇨도 도시를 빠져나가는 길에 가로등이 환하게 켜져 있다.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도 순례길 새 아침을 풍성하게 해 준다.
이바와 나
새벽엔 꽤 추워서 모자까지 꾹꾹 눌러썼다.
공원 통해 빠져나가는 중
아직 캄캄한 시간이다.
순례길 새벽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별들
공원하늘을 올려다보니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 보였다.
저절로 미소 짓게 되는 황홀한 순간이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작은 지도 새삼 느꼈다.
왜 이 상황에서 그런 생각이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원 한 구석에 물이 식수가 있어 한 병 담아간다.
오늘도 보는 일출.
순례길 일출 중 손에 꼽는 일출이다.
도시를 빠져나와 평지를 쭉 걷다가 프랑스에서 온 '짐'을 만났다. 이바와 나는 서로 통성명을 하고 같이 걷기 시작했다.
저절로 멈추게 되는 풍경.... 사진 찍고 동영상 찍고 난리가 났던 순간
잔잔한 호수에 도착해서 호수도 구경하고
드디어 떠오른 태양
빛이 작렬한다라는 말을 이때 쓰나...?
오늘은 어제와 달리 하늘이 청명하고 맑다.
그래서 더 기분 좋게 걸었던 것 같다.
매일이 그림 속을 걷는 것 같은, 시간을 멈추고 싶은 풍경의 연속이다.
한 마을에 도착했다.
화장실이 너무 급했다.
이때까지 화장실을 못 들려서 간절했는데 이 골목을 지나니 다행스럽게도 카페가 나왔다.
따뜻한 내추럴한 느낌의 카페
오자마자 화장실로 직진한다.
빵도 맛있어 보였지만 나는 샌드위치를 싸왔으므로 커피만 시켰다.
내가 싸준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이바
야외에 앉아서 오들오들 떨면서 먹었다.
오렌지 주스는 이제 필수다.. 필수
스페인 나라와 너무 잘 어울리는 고양이
순례길 중간중간 고양이들이 어디서 그렇게 튀어나오는지 너무 귀엽다.
각자 페이스대로 걸었다 다시 만난 우리
이제 끝이 안 보이는 드넓은 포도밭을 지난다.
걷다가 갑자기 프랑스어 이야기가 나왔다.
너무 어렵다며, 그래도 한 번해보겠다고 짐의 말을 따라 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프랑스에서 가장 긴 단어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Anticonstitutionnellement : 헌법에 반대하는
한 10분간 이 발음을 따라 하고 웃고를 반복한 것 같다.
새로운 문화와 사람을 알아가고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것 그 자체로 즐거움이 있다.
아기고양이 보며 인류애를 또 충전하고..
진짜 너무 귀엽다.
이런 포도들이 쫙 깔린 평지를 지난다.
로그로뇨에서 나헤라는 약 29km 정도, 도보로는 하루 일정(약 6~8시간)으로 많이 이동하게 된다.
대부분 비포장 도로와 농로, 흙길이다. 포도밭과 밭들이 펼쳐진 아름다운 농촌 지대이고 라리오하 와인 지역이기에, 지나가면서 위 사진처럼 와이너리와 포도나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드디어 나헤라에 도착했다.
중심까지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헤라(Nájera)는 스페인 북부 라리오하(La Rioja) 지방에 위치한 역사 깊은 소도시이다.
나헤라는 나헤라 강과 주변 산지 덕분에 매우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을 자랑한다.
위 사진의 붉은 절벽이 유명하다. 붉은색을 띤 절벽은 철분이 많은 사암층 때문에 생긴 자연적인 색상이다. 많은 순례자들이 나헤라에 머물면 많이 방문한다고 하는데 나는 방문을 하지 않았다...
너무 예뻐서 색감 보정한 사진
여유로운 분위기에 날씨까지 완벽하다.
다시 저 장면으로 들어가고 싶다.
사진을 찍어 기록하는 이유인가...?
배고파서 나와 이바는 밥을 먹고 숙소로 가기로 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평점이 좋은 맛집을 찾았다.
스페인의 정겨운 시골마을의 인테리어 느낌
오래된 식당을 잘 보존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순례자 코스를 주문했다. 14유로
첫 번째 코스 감자소시지수프
너무 맛있다. 요 며칠간 한국음식을 너무 먹고 싶었는데 한식은 아니지만 마치 순대국밥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맵지는 않고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맛. 감자와 소시지도 너무 맛있었다. 위에 바게트 빵에 찍어먹으면 꿀맛이다.
두 번째 코스는 구운 양갈비
나는 원래 양고기를 좋아해서 메뉴를 보자마자 시켰다.
굽기도 적절하게 구워지고 양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아 맛있게 먹었다. 사이드로 직접 튀긴 큼지막한 감자와 함께 나오는데 이것도 너무 맛도리였다.
디저트는 딸기맛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상큼하고 가볍게 입가심
그리고 체크인 한 알베르게
오늘도 아늑한 분위기의 알베르게
어제 만났던 메러디스도 보인다. 오늘 알베르게에서 만나 다시 반갑게 인사했다. 또 오늘 순례길 힘들지 않았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이바와 나는 일찍 나와 일찍 도착한 편인데 메러디스는 8시 넘어 늦게 출발해 늦게 도착했다.
메러디스가 어쩜 그렇게 빨리 갈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나는 한국인이라서 그럴걸....이라고 대답했다.
확실히 생활패턴에도 문화차이가 있다. 대체로 아시안들이 일찍 출발하고 서양 친구들은 느긋하게 출발한다.
이런 성향이 인생 전반적인 방향, 가족, 공동체 더 나아가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까? 생각해 보았던 시간이다.
한쪽 벽엔 이렇게 순례자들의 마음이 빼곡히 남아있다.
걸으며 품었던 생각들 고이고이 간직하고 싶으련만...
오늘도 감사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