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제비를 뜨면 피융 하고 날면서 물방울이 튀어 작은 분수가 될 것 같다. 납작한 돌들이 모여서 우뚝 솟은 돌탑들이 되다니. 광화문이며 에펠탑 나로호.
보기 민망한 십구 금도 있지만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는 말이 들려온다.
탑을 쌓은 할아버지는 매실 밭을 가꾸려고 사들인 밭에, 돌이 많아서 쌓아 본 것이 시작점이었다고. 그러다 재미를 붙였을까. 쌓을 돌이 없어지자 냇가에서 돌을 주워다 쌓았단다.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하고.
할아버지가 돌과의 부대낀 시간이 길어질수록 성큼성큼 거인들이 일어서고. 우쭉우쭉 서게 된 돌사람들이 사람들을 손짓하여 부르고. 화답하듯 돌탑들과 눈 맞추는 사람들.
누군가의 눈에 띄어 탑의 한 부분이 되어 있는 무수한 작은 돌들. 굴러다니는 돌멩이라도 귀하게 여기는 손에 들리니 살아나 숨 쉬고 있다. 돌이 빠져나간다면 이가 빠진 것처럼 헛바람이 세어 나올 듯 자기 자리를 지켜야 된다. 하나하나가 모여 전체가 되고 전체는 돌 한 개 한 개에 의지하고 서 있다. 서로가 서로를 간절히 바라듯.
여러 돌멩이들이 모여 뭔가를 이루어 내듯 순간순간이 모여 인생이 된다는 생각을 못했다. 청춘은 언제까지라도 마냥 이어질 줄 알았을까.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은 내 인생에서 빼내버려야 하는 박힌 돌처럼 생각했다. 자잘한 자갈길을 걸으며 그것들을 무시하고 외면하며 살아보려고 했다. 초와 분 시 들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가 모여 달이 되고 달이 차곡차곡 쌓여 인생이 되는 것을 모른 척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무지개를 쫒듯이 어느 날인가 삶이 저절로 아름다워지리라 생각한 것은 아닐까.
하찮은 돌멩이들도 서로 모이고 힘을 합치니 예술작품이 되었다면, 사람의 삶이야 얼마나 고귀한가. 하나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고 할 만큼.
진주에도 돌 공원이 있다. 소석원. 돌과 함께한 인생의 흔적들이 아득한 곳이다. 이끼들이 오랜 시간의 자취를 불러오고 자잘한 꽃들이 까르르 웃다가 돌들의 정연함에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쉿 하는 곳. 오래전에 가보고 잊어버렸는데 돌탑들이 기억을 불러다 준다. 돌과 함께 숨 쉬고 돌과 함께 노닐고 돌과 함께 차를 마시는 곳에 햇빛이 찾아와 햇빛 동산이 된다. 아, 봄이 오면 그곳에 가봐야겠다. 각박한 시간들에 쫓겨 삶의 운치나 고움을 잊어버리고 산 세월을 건너뛰어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들락거리듯 아롱지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