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서 노란 꽃을 꺼내 준 것 같은
그이는 사봉 아저씨라 불렀다. 말도 없이 묵묵히 자기 일을 한다. 지난여름 커피에 얼음을 넣어 드렸다. 휠체어를 타고 냉동실 얼음을 꺼낸다는 것은 위험하기에. 한 두어 번 얼음커피를 타 드리다 보니 내 일처럼 내 차지가 되었다. 내가 자리를 비워 다른 이가 커피를 타 드렸을 때,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커피를 자기가 타 드렸다고도 했다.
가을 어느 날 사봉 아저씨가 휠체어 뒤에서 뭔가를 꺼냈다. 투명비닐봉지에 쌓여 수줍게 웃고 있는 들국화 다발이었다. 순간 그분 가슴에서 노란 꽃을 꺼내 준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꽃 담당은 나여서 나에게 내민 것일까. 아내에게 부탁하여 꽃을 장만하여 가지고 왔을 그 마음이 가을에 물이 들었는지, 여름의 푸르름인지 구분이 안 간다. 순간 내 마음이 온통, 노란 소국으로 번지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