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0. 20일에 카페에 적었던 아이들 이야기 입니다
큰 바위가 구르면 그 밑에 자잘한 것들이 생명을 잃듯이, 요새 나에겐 기쁨이 없다. 계속되는 마음 아픈 일들 때문에, 기쁨의 감정들이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어떤 글에 ‘안아 주세요’ 운동이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읽고 나도 기쁨을 사야 되겠다는 마음이 든다(웃음). 사실 이 말은 틀리다. 기쁨은 아주 개인적인 것이라서 무엇을 주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모든 문제들이 잘 해결되어 제게도 다시 기쁨을 주세요 하고 기도할 뿐이다.
어제는 마음이 답답해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기쁨을 모은다’ 면서, 얘기해 달라고 부탁하니, 둘째는 “강제로 모으면 되나요” 하면서도 자기가 느꼈던 기쁨의 장면들을 이야기한다. 성격대로 느끼는 내용들이 다 다름을 알 수 있다. 주된 내용이야 친구들과 재밌게 노는 것과, 무엇을 산 것, 컴퓨터를 고친 것, 존재론 등 다양했다.
아홉 살 막내는 한 달 전부터 콩 키우기 에 열심을 내고 있다. 어느 날 “콩 다 자라면 잭크처럼 콩 나무 타고 올라가 황금알을 낳는 암탉을 가져다줄래” 했더니 “알겠어요. 콩 다 자라 면요”하고 대답을 했다. 콩이 다 커서 천장에 닿았고, 꽃이 피어서 기쁘다고 했다. 두 번째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읽을거리가 많아서라고. 세 번째는 소풍 가서 김밥 먹은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여럿이어서 볶음 밥으로 싸주고, 중학생들은 김밥을 사서 먹으라 했다. 기초학력진단 평가 때문에, 소풍을 나중에 가는 막내가 꼭 김밥을 싸 달라는 것이다. 소풍 한해에 두 번인데, 한 번도 싸지 않는 것이 미안해서, 다른 아이들도 먹일 양으로 싼 김밥 때문에 기뻤다고 한다. 소풍 때 사준 스낵에 ‘한 봉지 더’가 당첨된 것이 기쁘고, 급식소에서 자장면 두 번 먹은 것이 기쁘다고 했다. 말 수가 별로 없는 막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기쁘다.
아이들 어릴 때 읽어주던 그림동화책 ‘잠잠이’가 생각난다. 다른 생쥐들이 추운 겨울을 위해 열심히 먹이를 준비하는데, 잠잠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다른 쥐들이 “얘 너는 왜 일을 하지 않니?” 할 때 “나도 일하고 있어! 추운 겨울을 위해, 햇빛을 모으는 중이라고”한다. 어느 날 또 잠잠이에게, “대체 뭘 하는 거니?”하자 “빛깔을 모으는 거야. 겨울은 잿빛이니까!” 또 때로는 반쯤 눈을 감고 있는 잠잠이에게 “너 졸고 있구나”하니 “말을 모으고 있는 거야. 길고 긴 겨울철 얘깃거리마저 없어지는 날을 위해......” 추운 겨울이 오고 양식이 떨어졌을 때, 잠잠이가 모았던 햇빛을 보내 주자 쥐들은 따뜻함을 느낀다. 새파란 넝쿨 꽃이며, 빨간 양귀비, 노란 밀 이삭, 짙푸른 딸기 잎.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자 다른 쥐들도 ‘빛깔’을 뚜렷이 볼 수 있게 되고, 모았던 말을 가지고 낭독을 하자 모두 ‘야! 너는 시인이구나!’ 하면서 박수를 보내준다.
마음에 기쁨을 잃은 지금 왜 이 그림동화가 생각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