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볼 수 없어요
추억과 부끄러움을 나누어요
2004. 4. 12 아이들 세상
아이들에게 고개를 너무 숙이지 말고 다니라고 강조한다. 이유는 등이 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고등학교 시절 저 혼자 세상 고민 다 짊어진 양 늘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그래선지 확실히 모르지만 등이 굽은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하다. 맞이인 다은이에게 어깨를 펴고 다니라고 다짐을 하고.
그날도 "엄마, 길 한쪽 모서리에 보랏빛 제비꽃이 얼마나 예쁜지 알아요. 어떻게 그 좁은 틈새에서 피었는지 너무나 신기해요! 그리고 민들레도요."
"너 또 고개 숙이고 다니는구나, 고개 숙이고 다니지 말라니까."
"엄마,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작은 것들은 볼 수가 없어요. 얼마나 예쁜데......(울먹울먹)"
"엄마는 다은이 등 굽을까 봐. 미안, 그럼 많이 많이 봐라" 다은이가 감성이 부족하다고 늘 걱정했던 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생각으로만 감성적인 아이가 되기를 원했는지도. 진정으로 그 아이를 몰랐다.
한 번은 강아지가 자기를 너무나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강아지와 몇 분만 있으면 다 친해진다는 것이다. 그때도 나는 강아지 만지고 손을 꼭 씻었느냐는 질문부터 했다.
아이의 감정은 상관하지 않는, 나의 뜻만을 강요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내가 원하는 아이가 되기를 원했지, 이미 아이에게 있는 감성적인 부분에는 눈감고, 귀를 닫고 있었다.
늦긴 했지만 내 아이가 감성적이라는 것을 발견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