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소박하지만 소담한 일상
긴 연휴가 끝났다. 연휴는 ‘마음껏 먹어도 죄가 되지 않는 날’이라고 나름의 정의를 내려본다. 하지만 연휴가 끝나고 맞이한 체중계의 숫자는 제법 달라져 있다. 그리고 언제나 했던 말처럼, 다이어트를 외친다. 하지만 그 다이어트는 제대로 진행된 적이 거의 없다. 그래도 20대는 조금만 운동해도 살이 빠졌다. 하지만 40대로 근접하면 할수록 살은 빠질 생각이 없다. 그렇게 연휴에 찐 살은 내 일부가 되었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피에타>, 1498.
삶에서 살이 찐다는 것의 동의어는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오만이 내 일부가 되어 살아갈 때가 있다. 인생을 비만으로 만드는 것. 이 오만을 떠올리게 하는 예술품이 있다. 바로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피에다>이다. 미켈란젤로가 24살에 만든 걸작이다. 그 어린 나이에 이렇게 훌륭한 작품이라니! 당시 많은 사람들도 경탄했다고 한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이 만든 것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마리아의 가슴에 있는 띠에 자신의 이름을 몰래 가서 조각했다고 한다. 미켈란젤로의 성격이 드러나는 일화다. 그래서인지 <피에타>는 본래 의미를 뜻하는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도리어 ‘오만’이 느껴진다.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조각을 할 수 있어!”라고 하듯이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젊은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있다는 것 자체도 이상하다. 돋보이고 싶은 미켈란젤로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래서 <피에타>는 20대의 오만한 미켈란젤로를 상징하는 조각이다. 실제로 미켈란젤로는 많은 예술가들을 무시하거나 거리를 두었다. 라파엘로, 다 빈치를 대할 때는 더욱더 쌀쌀맞았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미켈란젤로는 영혼의 다이어트가 필요한 인물이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타인을 무시하는 모습은 썩 보기 좋지 않다. 오만이란 지방으로 가득 찬 영혼의 과체중 상태. 살이 찌는 것은 순식간이다. 어느 순간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되면, 사람들을 만나기 싫어진다. 그리고 혼자만의 세계에 들어가려 한다. 또, 살이 찌면 좋지 않은 점은 배가 고픈 것과 목이 마른 것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목이 말라도 무엇인가를 먹게 된다. 악순환이다. 그렇게 살은 계속 찐다. 오만도 마찬가지이다.
지방과 오만을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련을 마주하는 것이다. 운동은 몸으로 따지면 시련이다. 그리고 인생으로는 실패의 순간이다. 운동과 실패 모두 하기 싫다. 하지만 그것들이 지나갔을 때, 몸과 마음 모두 단단해진다. 미켈란젤로도 역시 그랬다. 그의 잘난 척하는 성격은 세월 속 시련을 통해 점차 다듬어졌다. 그리고 오만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이제 나의 백발과 고령을 내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미켈란젤로의 고백은, 그의 삶이 얼마나 험난 했는지를 상징한다. 그가 죽기 직전까지 다듬었다고 하는 ‘론다니니의 피에타’는 달라진 미켈란젤로를 잘 보여준다. 89세, 죽음을 앞두고 만든 <피에타>는 불안정해 보이고 조잡해 보이지만 ‘슬픔’이 느껴진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8년간 공들인 그의 마지막 피에타는 오만했던 삶의 지방을 덜어내고자 노력했던 그의 다이어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피에타>, 1564.
내 몸의 살을 빼듯, 내 영혼의 오만을 다이어트하자. 내일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