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라서 더 소중해!
2021. 4. 2. A.M. 10:41분,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가 발생한 시간이다. 다윤이가 세상에 태어난 날이자 부모라는 신세계에 들어선 날이다. 그리고 그날은 내 삶의 기점이 되었다. 다윤이의 탄생을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그림이 하나 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중 <아담의 탄생>이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아담의 탄생>, 1510.
그 어떤 화가와 예술가가 이처럼 창조의 순간을 포착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아담의 손과 하나님의 손이 닿는 그 순간, 인간은 생기를 얻고 삶을 얻었으며, 인류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수십 번의 4월 2일을 맞이했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없었다. 나에게 있어 의미 없는 ’그저 그런 날‘이었다. 이런 시간을 가리켜 ’크로노스(Chronos)’라고 한다. 흘러가는 시간이다. 하지만 딱 한 번, 2021년의 4월 2일은 다르게 다가왔다. 다윤이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카이로스(Kairos)’의 순간이다. 의미와 가치가 공존하는 시간이다. 시간은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로 흘러간다. 어쩌면, 수많은 크로노스를 카이로스로 바꿔 가는 삶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비법 인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나는 최대한의 많은 순간을 카이로스로 마주하려고 노력한다. 소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 그것이 내가 크로노스를 카이로스 바꾸는 방법이다.
’빛의 화가’로 불린 페르메이르는 소소함을 포착할 줄 아는 화가였다. 그가 그린 <우유 따르는 여인>은 소박한 시골 농가 속 여인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평화로운 일상 속 우유를 따르는 그녀의 모습에서 페르메이르는 무엇을 발견한 것일까?
요하네스 얀 페르메이르, <우유 따르는 여인>, 1658.
그는 왜 하녀처럼 보이는 여인의 앞치마를 고가의 ’울트라 마린‘을 사용하여 채색했을까? 울트라 마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입한 최고급 안료였다. 황금과 동일한 가치를 지녔으며, 성모 마리아를 채색하거나 표현할 때만 사용했던 색이다. 하지만 페르메이르는 하녀의 앞치마에 사용했다. 그것은 그 순간을 ’카이로스’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녀로 표현되는 우유 따르는 그 평온한 순간이 그에게 의미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만의 카이로스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다시 되뇌어 본다.
자식이란 이유로 사랑만 받았던 순간,
임용고시의 좌절 속 절망의 순간,
아내와 함께 했던 사랑의 순간,
유산의 아픔 속 슬픔의 순간,
다윤이가 태어난 기쁨의 순간,
이 모든 순간을 떠 올리며,
다윤이를 바라본다.
그녀가 있기에,
덕분에 내 삶은 더 소중하게 빛나고 있다.
다윤이와 함께 만들어갈 카이로스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