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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슨트 춘쌤 Apr 26. 2022

별이 빛나는 밤

#2. 너라서 더 소중해!

빈센트 반 고흐,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1888.


반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다. 군대에서 돈을 주고 이 그림을 구매했다면, 말 다한 것 아닌가. 나에게 군 생활은 반 고흐가 마주한 현실과 비슷했다. 인정받지 못했고, 좌절만 가득했다. 힘들 때, 이 그림을 바라봤고,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반 고흐를 생각했다. 옐로 하우스로 불리는 아를의 집에서 살았던 그는 고갱이 오기 한 달 전에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밝게 빛나는 별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별을 등지고 걷고 있는 부부에게 별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편지에서 별에 대해 이렇게 썼다.      

“나는 지금 아를의 강가에 앉아 있네

오른쪽 귀에선 강물 소리가 들리고

별들은 알 수 없는 매혹으로 빛나고 있지만

저 아름다움 속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숨기고 있을까?”     

 그렇다. 반 고흐는 별을 바라보며, ‘고통’을 생각했다. 별(Star)의 어원은 ‘상처(Scar)’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상처는 아물면, 더 단단해진다. 별도 그렇다. 밝게 빛나는 별은 그만큼 많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반 고흐는 정신병으로 입원한 생폴 드 모졸 요양원에서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린 것이리라. 그만큼 상처 입은 자신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군대 전역 후 나는 항상 이 그림을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이사하는 집에 걸어놨다. 이 그림이 내 가슴을 울렸던 것은 나의 상처를 건드리며, 별이 되는 순간을 기다렸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아내에게 있어 ‘별’은 다윤이었다. 우리의 별을 만나기까지의 여정은 반 고흐의 삶처럼, 매번 실패가 가득한 순간들이었다. 결혼 후 6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위로라는 형태로 상처를 주었다. “언제 아기가 생기니?”, “문제가 있는 것 아니니?” 그 말들은 우리 부부의 가슴을 후벼 팠고, 그 상처를 블랙홀처럼 만들었다.      

 수차례의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 시술 끝에 임신이 되었다. 상처가 드디어 별이 된 것이다! 그 당시, 우리는 강이와 산이를 입양했기 때문에, 태명을 ‘강산이’로 지었다. 두 고양이 덕분에 임신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몇 주 후 우리와 이별했다. 그리고 아내는 고통을 참으며, ‘산들이’를 임신했다. 태명 때문이었을까? ‘산들이’는 바람처럼 우리 곁을 떠났다.      

 매번 배를 찌르는 주사를 맞으며, 약을 먹었던 아내의 모습은 윌터 랭글리의 <저녁이 가지만, 아침이 오지만, 가슴은 무너지는구나>를 떠올리게 했다. 19세기 말 영국 어민 가족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 속 할머니처럼, 나는 아내를 토닥토닥만 해줄 뿐이었다. 미안한 마음만 가득했다. 그녀에게 그 어떤 말이 위로될 수 있을까? 그림 속 여인처럼 울먹이는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하지만 아내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배에 주사를 맞으며, 약을 먹었다. 그리고 그 상처들이 모여, 다윤이란 별이 되었다. 아내는 다윤이의 태명을 ‘딱풀이’로 지었다. 딱풀처럼 딱 달라붙어 있으라는 그녀의 소망이 담긴 태명이었다.                                                          

윌터 랭글리, <저녁이 가지만아침은 오지만가슴이 무너지는구나>, 1850.


 때로는 상처의 크기가 너무 커 회복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라는 한탄과 슬픔이 삶을 집어삼킬 때도 있다. 그 순간, 어떤 위로의 말보다 함께 토닥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      

 사람들은 각자만의 별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별을 얻기까지, 보이지 않는 상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함부로 누군가를 ‘위로’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도 깨달았다. 진정한 위로는 그 상처를 말없이, 토닥거려주는 것이리라. 만약, 반 고흐를 만날 수 있다면, 그의 어깨를 한번 토닥여 주고 싶다. 그의 별을 함께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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