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너라서 더 소중해!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 <자장가>, 1875.
바구니에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 그녀의 손에는 실이 들려있다. 그림의 제목에 자장가가 들어있는 것을 보니, 그녀는 아이를 재우면서 옷까지 만들 심산인가 보다. 이 그림은 프랑스 신고전주의 회화의 대표적인 화가라 할 수 있는 부그로의 그림이다.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여러 가지를 지어야 한다. 이름이 대표적이다. 아이의 이름 짓기는 내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숙원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다윤이는 10달 가까이 ‘딱풀이’로 불렀다. 이제, 세상에 태어났으니 이름이 필요했다. 수개월 전부터 고민했을 정도로, 이름을 정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미션 중 하나이다. 잘못 지으면 평생 독박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세련된 이름은 나이를 먹으면 도리어 촌스럽다. 반대로, 촌스러운 이름은 어린 시절 아이를 힘들게 한다. 내가 경험자이기 때문에, 잘 안다. 내 이름은 이영춘이다. ‘춘(春)’자를 같은 항렬 남자들은 모두 공유하고 있다. 우리 집안의 슬픈 이야기이다. 어릴 때 이름 때문에 많은 놀림을 받았다. 제법 스트레스가 많았다.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기까지 20여 년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그러므로 나는 ‘딱풀이’의 이름을 정하는 데 있어 신중했다.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1. 촌스러우면 안 된다.(절대적 명제)
2. 유행 타는 이름은 사절!
3. 어감이 좋아야 한다.
우리 가족은 수개월에 걸쳐 많은 후보의 이름을 논의했고, 최종 후보는 ‘다인’과 ‘다윤’이가 올라왔다. ‘딱풀이’와 평생을 함께할 이름은 무엇일까? 다인이는 ‘인자한 사람’을 뜻했고, 다윤이는 ‘깊고 진실한 사람’이 되길 희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둘 다 마음에 들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우리는 다윤이가 자랐으면 하는 희망 사항을 담아 ‘다윤’으로 이름을 정했다. 그렇게 딱풀이는 다윤이가 되었다. 뜻을 고민하게 된 것은, 이름이 가진 본질 때문이다.
이름을 뜻하는 한자 '名'은 저녁 늦게 사람을 확인할 수 없어, 부른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름은 간절함을 뜻하는 것 같다. 간절하게 누군가를 찾아야 할 때. 그래서 이름은 소중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간절함, 희망, 소원이 담긴 것이 이름이기 때문이다.
내이름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이영춘. ‘긴봄’이란 뜻을 가진 촌스러운 이름. 하지만 나의 부모님 또한 내 이름을 짓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을까? 부모님에 대한 나의 사랑이 느껴졌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이름이지만, 그 의미만큼은 부모님의 희망만큼 다른 것 같다. 갑자기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이 너무나도 큰 행동임을 알게 되었다. 나도, ‘딱풀이’를 바라보며 희망을 담아 불러본다. 다윤아, 깊고 진실된 사람이 되렴!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 <포도다발>, 1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