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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슨트 춘쌤 Apr 26. 2022

그녀가 우는 이유

#6. 너라서 더 소중해!

 생각보다 빨리, 고통이 찾아왔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규정했다. 그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욕구가 생리적 욕구이다. 나는 수면 욕구가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다윤이는 내 수면 욕구를 가볍게 무시하고 울기 시작했다. 푹! 잠을 자고 싶다. 카유보트가 그린 그림 속 남자처럼.     

                                               

귀스타브 카유보트, <>, 1877.


수면 부족이 길어지면서, GOP 군 생활이 떠 올랐다. 2~3시간씩 자던 쪽잠. 그리고 수면을 깊게 하려고 하면, 들려오는 알람 소리!

 그렇게 비몽사몽, 하루의 근무가 시작되었다. 하루 수 번에 걸쳐 찾아오는 이 순간. 하지만 통계상으로 난 8시간을 잤다. 그러나 저전력 10% 충전된 핸드폰처럼 멍~하니 하루를 보내야 했다. 그렇게 군 생활이 끝났고, 다시는 이 경험을 하지 않을 줄 알았다.      

 인생의 종착역은 잠이라고 하지만, 반대로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살아가기 위한 충전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군대의 경험을 다시 한다. 아내가 이미 경험한 출산의 고통이 나에게 수면 부족의 형태로 온 것이다. 길면 3시간, 짧으면 1시간에 일어나는 다윤이를 보면서 "제발 깊게 자줘"라는 말을 수없이 되뇐다.      

 새벽 3시, 쉬지 않고 우는 그녀를 안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윤이는 얼마나 힘들까? 편안하게 자신을 감싸 주던 양수가 사라지고, 딱딱한 침대가 대신하고 있다. 조금만 노력해도 제공되던 영양분은 힘겹게 빨아야 겨우 나온다. 거기다 자궁 안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대소변을 계속해서 본다. 그것도 본인 힘으로 치울 수도 없다.      


찝찝함 그 자체로,

불편함 그 자체로,

불안함 그 자체로!     


 다윤이는 새로운 세상을 오늘도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미국 인상주의 화가 메리 카사트의 <푸른 팔걸이 의자의 소녀>가 생각났다. 카시트는 가족과 여성, 아이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그림 속 소녀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다.

                                                     

메리 스티븐 카사트, <푸른 팔걸이 의자의 소녀>, 1878.


 다윤이가 7살이 된다면, 저런 표정을 짓고 원하는 것을 말하고 있을 것이다. 원하고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녀의 울음소리는 사실, 

"아빠, 나! 힘들어. 하지만 이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 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갑자기 울고 있는 그녀가 사랑스러워졌다. 아빠라서 이 시간에 그녀를 안고 다독일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그래! 다윤아 잘하고 있다. 그렇게 울어줘서! 덕분에 너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다. 네가 가장 힘들겠구나!"     

 다윤이의 울음소리를 생각하면서, 나만의 울음소리를 생각해 본다. 힘든 순간에 나는 어떤 소리를 내고 있을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마음의 소리를 밖으로 내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싸우기 싫어서, 귀찮아서, 자포자기해서….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리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감정의 기저귀도 갈아주지 않는다. 다윤이도 울었기 때문에 기저귀를 갈아 줄 수 있었다.      

 다시 다윤이를 바라본다. 저렇게 크게 우는 것을 보니, 기저귀를 갈아 달라는 신호인가 보다. 기저귀를 열어보니…. 미안해 다윤아! 아빠가 눈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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