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너라서 더 소중해!
빈센트 반 고흐, <룰랭 부인과 아기>, 1888.
그림 속 아기를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우리 다윤이가 저렇게 볼이 통통하게 살이 올랐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반 고흐가 그린 <룰랭 부인과 아기>는 보기 좋게 살이 올랐다. 사랑하는 이와 가족을 꿈꿨던 외로운 화가는 아를의 친구이자 모델 대상이 되었던, 우체부 룰랭과 그의 가족을 많이 그렸다. 그림 속 아기는 4개월 된 딸 마르셀인데, 생동감 있는 아기의 손짓이 느껴진다.
우엥~ 우엥~. 평상시보다 훨씬 우는 소리가 우렁차다. 나의 아버지는 우리 집에 가수가 태어났다고 웃으신다. 데시벨로만 따진다면 분명 가수급이다. 한 달이 되면서 다윤이는 울음소리뿐 아니라 몸무게도 늘었다. 처음 태어날 당시 2.55kg의 작은 아이가 어느덧 3.7kg이 되었다.
무려 1.15kg이 늘어난 것이다.
나에게 있어 1.15kg을 찌우기란 별것 아닌 일이다. 보쌈 한 번, 짜파게티 두 봉지만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불어날 수 있는 몸무게이기 때문이다. 나에겐 1.15kg은 별것 아닌 일들의 총합에 불과하다. 하지만 다윤이는 아니다. 2.55kg의 작은 아이가 자신의 절반가량이 되는 몸무게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써야 했을까?
문뜩, 1.15kg에서 다윤이의 한 달간의 삶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이 저며온다. 그런데도 마음은 기쁨이 저며온다. 다윤이의 1.15kg에 하루 3시간 간격으로 젖을 짜는 아내, 새벽 1시간 간격으로 일어나는 나와 아내, 산후통으로 고생하며 힘겹게 그 적디적은 입으로 젖을 먹으려고 발버둥 치는 다윤이의 노력이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빨간 대추 한 알에 담긴 태풍, 천둥과 벼락의 무게가 있듯이, 다윤이의 1.15kg에는
우리 모두의 노력과 삶이 담겨있음을 깨달았다.
때론, 누군가의 모습이 가벼워 보이고, 하찮아 보일 때가 있다. “저것 별것 아냐~”, “너만 힘드냐!”, “라떼는 말이야~” 하지만 그의 삶은 다윤이처럼 자신만의 태풍과 천둥, 벼락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다윤이를 바라봤다. 애써 젖을 찾는 그녀의 모습이 기특하다. 정말 살고자 노력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메리 스티븐 카사트, <모성애>, 1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