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슨트 춘쌤 Apr 26. 2022

나만의 미술관

#18. 너라서 더 소중해!

알폰스 무하, <계절 중 봄>, 1896


 우리 집에는 작은 ‘미술관’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과 기념품들이 전시된 곳이다. 요즘에는 새롭게 다윤이의 굿즈들이 추가되었다. 100일 사진과 탯줄 도장, 200일 기념 키링, 사진첩 등이다. 목말에 탄 다윤이는 연신 미술관의 전시물에 관심이 많다. 그중에는 결혼사진도 있다. 10년 전 젊은 얼굴로 있는 나와 아내를 보며, 다윤이는 연신 ‘으엄~마~’를 외친다.      

  지금 다시 보니, 사진 속 아내는 알폰스 무하의 <사계 중 봄> 속 여신처럼 보였다. 이것은 ‘협박’ 때문에 쓰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렇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림 속 여신처럼 아내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림을 그린 알폰스 무하는 체코 출신의 아르누보(신예술)의 거장이자, 현대적 감각의 소유자였다. 그의 그림은 100년 전 작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고 혁신적이다. 덕분에 여신은 더욱더 빛난다. 처음 만난 날의 아내처럼.     

  1월 2일, 강남역 7번 출구였다. 소개팅이었는데,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마음에 들어 먼저 소개해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하의 그림 속 여인들처럼 순수하면서도 청명했다. 그런 부분이 좋았다. 2년 뒤 우리는 결혼했고, 9년 뒤 다윤이를 만나게 되었다.


 결혼한다는 것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정들을 느끼게 한다. 흡사, 비트코인과 주식의 상승과 하락을 연달아 경험하는 것처럼 말이다. 통계상 결혼이 경제적으로 주는 금액의 가치가 연간 1억 정도라고 한다. 행복한 결혼생활은 1억 이상의 심리적 안정감을 주지만, 실패한 결혼은 정반대의 손실을 준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인생이란 거친 항해에서 아내는 함께 배를 이끌어가는 선장과 같다. 힘들 때, 큰 위로가 되는 동료이다. 반대로, 가끔은 말이 통하지 않으면 그 배에서 밀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그랬다가는 내가 도리어 죽을 것이지만). 그래서 결혼은 단순한 두 사람의 만남이 아닌, 심리의 만남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통계가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커플의 10%는 파혼을 하는데, 이유는 여러 가지다. 자기가 사놓은 컵라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파혼한 커플도 있었을 정도다. 이처럼 결혼 전 문턱을 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결혼은 서로를 어느 선까지 인정하고 받아줄 것인가에 대한 심리적 부분이 크다. 서로의 삶을 공감하며 갈등의 요소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치약을 짜는 것에서부터 싸우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기까지 태어난다면,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서로의 영역을 이해하고 공존한다면, 아기는 행복의 씨앗이 된다. 다윤이가 태어난 이후로 우리 부부의 갈등은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다. 

칼 라르손, <봄의 공주>, 189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