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 피

#16. 소소한 시선이 닿는 순간

by 도슨트 춘쌤

10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신다.

13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신다.

15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신다.

하루 3잔의 커피는

내 피를 끓게 만든다.

커피가 없는,

내 하루는 상상할 수 없다.

카페인이 내 몸의 혈관을 타고 돌아야

하루의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은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커피의 효능을

가장 주목했던 나라 중에 미국이 있다.

세계 2차대전 중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와인으로 전쟁의 피로를 이겨내려 했다.

하지만

미국은 커피로 피로를 이겨냈다.

와인 대신 커피,

물 대신 커피,

커피 한 잔, 두 잔을 마실 때 미국 군인들은 전쟁 속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나도 그렇다.

삶이 전쟁과 유사하다고 한다면, 나에게 커피는

전쟁의 두려움을 잊는 진정제가 될 것이다.

67p,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젊은 바쿠스, 1597..jpg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젊은 바쿠스>, 1597.


혹자에게 커피는 술과 동일시되는 것일 수 있다.

술과 커피는 이름만 다를 뿐, 사실은 동의어다.

카페인이든, 알콜이든 사람들을 순간적으로 힘 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카라바조의 <젊은 바쿠스>는 이런 상황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그림이다. 카라바조는 빛과 어둠을 극단적으로 사용하여, 연극적인 효과를 그림으로 표현했던 화가다. 그가 그린 바쿠스는 상당히 젊다. 바쿠스는 디오니소스라고도 불리며, ‘술의 신’이다. 발효주를 상징하는 여러 과일이 바쿠스 앞에 놓여 있다. 그리스-로마인들은 바쿠스를 ‘풍요의 신’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것은 풍요로운 결실을 맺어야, 술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해방자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것은 술을 마셔본 이들이라면 어떤 의미인지 알 것이다.


이렇게만 본다면, 바쿠스가 상당히 긍정적인 신으로만 보일 것이다. 하지만 바쿠스는 ‘광기의 신’이기도 하다. 술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신이라 할 수 있다. 카라바조는 <젊은 바쿠스>에서 이런 양면적 특성을 보인 바쿠스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과일들이 조금은 시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바쿠스는 ‘진정제의 총량’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아무리 좋은 것도 총량이 있다.

커피와 술도 마찬가지다.

하루 한두 잔을 마셔야 좋다는데, 나는 석 잔째다.

그것도 매일.

이런 총량을 넘은 커피의 카페인은 점점 내 핏속에 쌓여 날 더 일하게 하고, 몸을 축내게 한다.

피로를 잊고자 마신 커피가 도리어 내겐 몸을 축내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69p,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병든 바쿠스, 1593..jpg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병든 바쿠스>, 1593.




카라바조는 <병든 바쿠스>도 그렸다. 그는 이 그림을 통해 술의 폐단을 잘 보여주었다. 병색이 완연한 바쿠스처럼, 우리의 삶도 피폐해질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혹시

좋아서 시작한 일이,

어느덧 내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

그 시작이 선이었다고 해서,

그 결과가 선으로 끝나지 않음을

살다 보면 깨닫게 된다.


과잉과 부족 사이의

경계선을 살리면서, 살아가는 것.

커피를 한잔하며 생각해 본다.

keyword
이전 15화비움과 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