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소소한 시선이 닿는 순간
우리 집 고양이 ‘강이’는 다윤이의 수유 쿠션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조금씩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수유 쿠션의 빈 공강을 자기 침대처럼 쓰고 있다. 가만히 놔뒀더니, 이제는 자기 침대로 알고 있다. 다윤이가 자러 가는 시간이 되면, 강이는 회사에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자신의 몸을 침구류의 부족한 공간에 채워 놓는다. 자세히 바라보니, 이것은 ‘태극’이 아닌가?
태극은 조화를 의미한다. 성리학에서는 태극을 우주 창조, 세계의 운영 원리와 연관하여 이해했다, 이것이 가장 잘 반영된 그림 중 하나가 겸재 정선의 <금강산 전도>이다. 진경산수화를 창시한 정선은 우리나라의 경치를 최대한 유사하게 그리면서도 자신의 의도에 맞게 표현하는 데 능숙했다.
1만 2천 봉으로 대표되는 금강산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기 위해, 정선은 큰 태극처럼 표현하였다. 음양의 원리에 맞춰 봉우리의 형태를 다르게 그렸다. 오른쪽은 돌산, 왼쪽은 흙산으로 표현하여 음양의 조화를 맞추고자 했다. 각양각색의 봉우리를 음양의 조화에 맞춰 태극으로 구현한 정선의 솜씨가 놀라울 따름이다. 만약, 돌산 혹은 흙산으로만 표현했다면 지금과 같은 조화로운 그림의 느낌과 전혀 달랐을 것이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태극의 조화가 잘 반영된 그림이다.
정선, <금강전도>, 1734.
부족함을 채워주며 공존하는 것. 강이가 침구류의 부족한 공간을 자신의 몸으로 채움으로써 <금강전도>와 같은 조화를 이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이를 보면서, 누군가를 보완해 주는 대상들이 떠올랐다. 특히나 내 아내가 그렇다. 힘들 때, 나를 위로해 주는 그녀의 말 한마디.
별것 아닌 것처럼 툭 툭 이야기하지만, 많은 도움이 된 것을 알게 된다.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존재들에게 감사하며, 나 또한, 그들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존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당신도 귀하고,
나도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