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의 뒷모습

#14. 소소한 시선이 닿는 순간

by 도슨트 춘쌤

‘4년 전 오늘’이라는 메시지가 핸드폰에 떴다. ‘4년 전 나는 이맘때, 뭐 하고 있었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나와 아내는 로마에 있었다. 그 뜨거웠던 날씨의 기분과 문화유산을 보며 황홀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4년 전의 내 삶의 유산들을 하나씩 넘기다, 바티칸 시국의 사도 궁전의 서명 방에서 봤던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이 눈에 들어왔다.


59p, 라파엘로 산치오, 아테네 학당, 1510-11..jpg

라파엘로 산치오, <아테네 학당>, 1510-11.


<아테네 학당>은 라파엘로의 상징적인 그림 중 하나이다. 그럴 만도 하다. 서양 철학계의 ‘어벤져스’를 다 그려놓았기 때문이다. 센터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중심으로 21명의 철학자가 그려져 있다. 그 중 한 명의 얼굴은 라파엘로의 얼굴도 슬쩍 넣어 놨다. 라파엘로는 왜 이 그림을 그렸을까? 그것은 바티칸 내 도서관으로 사용되었던 ‘서명의 방’을 장식하기 위해서 철학, 신학, 시와 법률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중 철학과 관련된 내용이 <아테네 학당>이다. 이 벽화를 보면서 나는 ‘멘토’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멘토'라는 단어는 〈오디세이아 Odyssey〉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충실한 조언자의 이름인 멘토르에서 유래한다.

‘멘토’는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오디세우스의 친구 ‘멘토르’에서 유래하였다. 그는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가르쳤다고 한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트로이 전쟁에 참여한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대신하여, 20년간 스승의 역할을 했던 멘토르. 그래서 멘토르는 스승을 의미하는 멘토의 어원이 되었다.

삶 속에서 여러 명의 멘토를 만날 때가 있다. 나에게 있어, 가장 큰 멘토는 신규교사 시절 내 옆자리 선생님이셨다. 그분은 나에게 많은 격려와 위로를 통해 교사로서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내 마음이 트로이 전쟁에 참여한 오디세우스처럼 불안하고 초조하며 방황할 때, 나에게 큰 힘이 되어 주신 분. 1년에 주기적으로 만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때마다 그분은 여전히 나에게 삶의 방향성을 발견하게 해준다.

제법 내 머리가 커져 버렸고, 교사 생활의 노하우도 많아졌지만, 그분의 이야기는 나에게 많은 울림을 준다. 사실, 나이가 차면 찰수록, 남의 좋은 점, 이야기, 조언을 듣기가 점차 어려워진다. 마음이 거부하고, 튕겨낼 때가 있다. 그럴 때일수록, 공자가 말한 것처럼 내 주변에 이미 멘토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나는 교사다. 교사는 반면교사의 의미도 파악해야 하는 직업인 것 같다. 멘토는 때론, 본받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지만, 본받지 말아야지 하는 사람도 포함된다. 그러므로 나의 작은 행동 하나도 돌이켜 보아야 한다. 누군가의 부정적인 멘토가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학생들에게 보여줄 내 뒷모습도 생각해 본다.


다윤이도 마찬가지다. 나의 앞모습 뿐 아니라 뒷모습도 보고 자랄 나의 딸. 그녀는 나에게서 무엇을 배울까? 이렇게 생각하면서 내 삶을 점검하게 된다.

다윤이 또한 내 인생의 ‘멘토’라는 생각이 들면서….

keyword
이전 13화빈틈은 웃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