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질병’

#17. 소소한 시선이 닿는 순간

by 도슨트 춘쌤

고질병이 있다. 방학이나 개학을 앞두면, 몸살감기가 반드시 찾아온다. 이번에도 어김없다. 방학을 시작하자마자 난 누워만 있어야 했다. 이제는 예상 가능한 일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아내는 나에게 알약을 건네며 쉬라고 말했다. 알약을 받아먹으며, 무기력해진 몸을 추슬렀다. 하루 내내 잠만 자기도 했고, 약발이 돌면, 일어나 다윤이를 보고 왔다.

서러웠다.

왜 나는 이렇게 주기적으로 아픈 것일까?

나는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매일 운동도 하고, 음식도 조절하며 먹는다.

그런데

왜!

난 이렇게 아프단 말인가.

그때,

강이와 산이가 보였다.

두 고양이를 보다가 이 몸살이 내 몸의 반려'질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반려질병.

언제나 나를 따라다니는 녀석, 잠깐 잊고 있으면, 나에게 사료를 달라고 짖는 강이와 산이처럼, 나의 몸이 잠시 허약해지면, 찾아와 나를 쉬게 만드는....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예측 가능한 나의 반려 질병을 나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72p, 에드바르트 뭉크, 병든 아이, 1885-86..jpg

에드바르트 뭉크, <병든 아이>, 1885-86.




질병을 생각하니, 뭉크가 떠올랐다. 삶 자체가 죽음의 두려움과 질병 속에서 살아야 했던 뭉크는 자신 누이의 죽음을 그림으로 남겼다. 병든 소피와 그 옆에서 좌절하는 이모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뭉크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사실, 그에게는 유독 일생 중에 이런 비극들이 자주 일어났다. 뭉크가 5살 때, 어머니는 폐결핵으로 죽었다. 14살 때, 누나 소피아가 죽었다. 그리고 자신도 스페인 독감에 걸려 죽을 뻔했으며, 요양원에서 정진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뭉크의 삶 자체가 죽음과 질병을 떼어 생각할 수 없었다. 그의 그림은 항상 두려움과 공포가 담겨 있는 이유이다. <병든 아이>는 뭉크가 계속해서 손질을 보며 6번이나 같은 주제의 그림을 그릴 정도로 뭉크의 삶을 함께한 반려‘질병’이었다.

뭉크를 생각하다, 다시 내 ‘몸살’이 생기는 이유를 떠올려 봤다. 반려 질병인 '몸살'이 생기는 이유는 제한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버렸기 때문이다. 그 순간마다 내 몸은 혹사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난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달렸다.

이것은 강이와 산이가 와서 부비 거릴 때, 밥 달라는 신호란 것을 알고 사료를 줬으면 끝날 일을, 난 끝까지 외면했다. 그러자, 그 녀석들이 아무 곳이나 오줌 싸고, 울어서 다윤이를 깰 때까지 놔둔 꼴이다.

나의 반려 질병. 원인을 알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알약처럼. 사후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나? 아니다.

그들의 존재를 충분하게 인정하며, 중간중간 휴식을 취해줘야 한다.

뭉크처럼.

자신의 가족사 속 슬픈 질병과 죽음을 자신만의 그림으로 담아냈듯이...

“나는 나의 병이 치료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내 정신병은 나의 그림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그림 이외에 가족은 없다.” 그의 말이 마음에 와닿는 이유다.

하지만

내 성격상 그것은 쉽지 않다. 스스로 제동을 거는 것.

달리지 말고, 잠깐 걷는 것.

알면서도 어렵다.

고양이 키우는 것처럼...

keyword
이전 16화커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