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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계

서도호 Speculations

by Murkiness
Speculations 토크쇼 중

서도호의 Speculations를 보고 나면 건축과 예술의 관계에 대한 여러 질문의 부합한 답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조형예술은 건축과 모호한 관계성을 띈다. 이에 대한 뒷받침으로 건축 가 프랭크 게리를 이야기 할 수 있다. 프랭크게리의 독특한 건축형태의 프로세스는 만화 심슨에서 밈(Meme)으로 풍자된 적이 있다. 조금 과장된 내용일 수 있지만 구겨진 휴지덩 어리가 우연적으로 만들어낸 형태에서 포착했기 때문이다. 건축을 디자인하는 방법에 정해 진 룰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지만 대지가 지닌 컨텍스트에 치중되기보다 조금 더 가볍게 우 연성에 맡기는 셈인 것이다. 프랭크 게리는 공간을 건축하기보다 조형한다는 표현이 더 적 합한 듯하다. 유년시절부터 어머니 델마 골드버그(Thelma Goldberg)는 게리를 미술관을 데리고 다니며 순수 미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했고 10대시절부터는 조부모의 철물점에서 일하며 여러 도구와 재료를 만지며 다양한 모형을 만드는 법을 자연스레 습득했다. 이러한 예술적 기질 은 어릴 적 경험에서부터 연유되어졌다. 가족이 경제적 문제로 인해 해체될 위기를 겪고 난 뒤 스스로 느낀 감정과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을 작품으로 형상해 내는 과정은 자신의 전공을 건축보다 순수미술로 먼저 정립하게 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Speculations 토크쇼 중

프랭크게리의 해체주의를 떠올리면 대표적으로 매스가 분절되고 파편화 된 형상으로 표현된 다. 이러한 형상은 조각과 회화에서 영감을 얻음을 짐작 할 수 있고 건축을 하나의 예술작품 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반면 서도호는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다. 그의 베이스는 여전히 조각이다. 하지만 건축과 조각 을 조형이라는 단어로 한데 묶어본다면 형태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조각가나 건축가 모두 동 일한 맥락을 지닌다. 서도호의 대표작의 [집속의 집]에서 알 수 있다. 유학시절 서울과 뉴욕, 런던을 오가가며 거주하는 삶을 스스로 유목민 적인 삶이라고 표현했 다. 여러 장소의 경계를 넘나드는 [나]와 [나와 다른 것과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며 자연스레 [집]이라는 공간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여기서 서도호의 가장 큰 특징으로 말할 수 있는 점 은 건축을 재료와 도구로 삼아 작품활동을 한다는 점이다. 이번 [bridge project]는 집을 예술적 사고로 사유해오던 고유의 견해가 끊기지 않고 한 방향 으로 이어져 온다. 그 방법을 색다른 건축적 표현으로 드러냄으로써 과거 [집속의 집]의 연작 으로 정의할 수 있다. 마치 세계관이 있듯이 작품이 끊이지 않고 챕터로 연결되는 과정에 집 중한다면 약간은 좀 더 예술적인 면이 느껴 지기도 하다. 작가는 자신의 초기작 [집속의 집]의 서막은 타지에서의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을 위한 자연스 러운 수단으로 설명했다. 오랫동안 머물던 스튜디오를 떠나며 집이라는 공간에 담긴 몇 년간 의 시간적 레이어를 눈에 담기 위한 방법으로 탁본을 택했다. 공간에 담긴 시간의 산물을 우 리는 눈으로 확인할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기에 그는 탁본의 과정을 통해서라도 드러내고 자 했던 것이다. 더 나아가 그 공간의 흔적 하나하나를 색연필, 파스텔 등으로 칠해가며 평소 몰랐던 집의 표면을 물리적으로 베껴내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서도호는 이런 탁 본의 과정을 3차원에서 2차원으로 공간이 함축되어 이동한다고 표현했다. 그의 말에 빗대 시 간의 흔적이 종이에 담긴 채 또 다른 공간으로 이동되는 과정에 감정 이입해본다면 그에게 머나먼 타지에서의 집이라는 공간이 삶에 큰 존재였음을 느낄 수 있다.

색칠된 종이 껍질들은 추후 천으로 재료가 변화된다. 이때 언급된 개념은 가우디의 [집은 제3 의 피부]의 정의 와도 일맥상통하다. 건축에 옷을 입히는 행위에 대해 서도호는 옷의 개념을 확장하면 건축이 된다고 보았는데 자신이 오래 머문 장소, 즉 공간은 시간이 지나며 나를 둘 러싼 피부로 변화된다는 것을 자신이 겪은 경험을 통해 직접 깨 달았을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집]에 대한 애착은 여러 연작들을 밟고 건너오며 뉴욕과 서울의 집을 연결하 는 기나긴 다리(Bridge)를 만들었다.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어느 면에서는 다소 허무맹랑한 작품이라고 느껴질 수 있다. 건축은 소설 속 허구와 다르게 실존하는 세계를 짓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부분을 실현가능성 과 거리가 먼 건축을 종이속에만 존재한다고 해서 페이퍼아키텍처(Paper Architecture)라고 비 꼬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현가능성에 판단기준을 두기 보단 해당 프로젝트의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폭넓은 건축적 사고에 주안을 두고 싶다. 서도호가 예술을 표현하는 조형적 언어로써 건축을 사용하 는 것처럼 기존의 건축의 경계는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이 땅에 지어는 것으 로 한정되기보 단 여러 해석을 통해 좀 더 유연하게 쓰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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