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nderwall Mar 09. 2024

이끼숲

저자 천선란

작년 여름, 학교도서관에서 전공책을 찾아보다 머리 좀 식힐 겸 sf소설을 찾아 서가를 돌아다녔다.

그때 우연하게 [이끼숲]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제목에 이끌려서 읽기 시작했지만 sf소설답게 먼 미래를 전제로 쓰인 줄거리가 꽤나 흥미로웠었다. 소설 속 배경은 지하도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줄거리는 둘째치고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었다.



그 지하도시에 살던 주인공이 친구에게 독백을 하던 부분이 생각난다.

[내 생각이 글자로 옮겨지다니. 엄청난 일이야. 이건 어떤 세상을 옮기는 일이라고.

그래서 매번 문장을 쓸 때마다 건축하는 마음으로 해.

나는 건축이 뭔지 잘 모르지만, 이 지하 도시와 같은 거 아니겠어?

무너지지 않게, 헷갈리지 않게, 망가지지 않게]

작가는 건축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자 쓴 말이 아니겠지만 난 이 스쳐 지나가는 말이 소설의 줄거리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 건축은 소설 속 허구와 다르게 실존하는 세계를 짓는 일이다. 그렇기에 실현 가능성 없는 건축을 페이퍼아키텍처라고 비꼬아 말하기도 하지만 종이 속에만 존재하더래도 건축임은 변함없다고 생각한다.

아돌프로스는 누군가 잠들어 있는 묘비를 보며 ‘이것이야 말로 건축‘이라고 말했다.

아돌프로스의 말처럼 건축은 오래전부터 문명과 함께한 만큼 그 어느 학문보다 더 심오한 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거장이 하는 말처럼 건축의 정의가 거창하지 않더래도

'내 생각이 글자로 옮겨지는 것, 이건 어떠한 큰 세상을 옮기는 거야. 마치 건축을 하는 것처럼'

머릿속에 떠돌던 생각을 글로 짓는것 처럼 때로는 건축을 좀 더 가볍게 바라봐도 괜찮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공간 space 2월호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