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 플랫폼의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다보면, 하루에도 수십개의 커머스 서비스를 둘러보게 됩니다. 그러다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서비스를 발견할 때도 있고, 실망감을 안겨주는 서비스를 만날 때도 있습니다.
*실망을 한다는건 개인적인 취향과 UX의 일반론에서 비롯되는 직관적 느낌일 뿐입니다. 서비스/제품에는 회사마다 타겟팅 하는 고객과 우선순위 등 다양한 고려사항들이 담겨져 있기에 UX와 서비스를 보며 직관적으로 실망을 하는 동시에, '이 회사가 추구하는 시장은 이런 영역이구나' '이 서비스의 주 사용자는 이러한 사용자 경험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구나' 라는 배움을 얻습니다. 어느 서비스든 설계의 맥락을 고려하면, 모든 제품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중 29cm는 서비스를 분석하다가, 29CM만의 매력을 발견하고 제가 실제로 고객이 된 커머스 플랫폼입니다. 29CM의 특징을 간단히 말하면 콘텐츠에 집중한 편집샵, 끊임없는 발견을 경험하게 만드는 서비스입니다. 오늘은 간단히 29CM만의 맛과 사용자로서 느끼는 아쉬운 점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29cm의 회사소개
29CM, 이상적인 소통의 거리에서 가치와 브랜드를 말하다
회사소개에서 29CM는 가격과 유행보다는 가치에 집중하는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는 매거진을 읽는듯한 경험, 한 브랜드를 집중 조명하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소개, 29CM만의 구매경험을 소개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브랜드와 스토리를 통해 '제품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29CM의 핵심전략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29CM는 하나의 대상(브랜드/제품)에 대한 감도 높은 스토리가 만들어내는 구매 맥락을 알아가는데 좋은 서비스입니다.
*이전에 살펴보았던 오늘의집도 스토리를 통해 구매맥락을 만들어가는 대표적인 커머스였습니다. 하지만 29CM와 오늘의집(+무신사)은 이야기의 주체가 누구냐에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29CM를 에디터 기반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매거진'이라면, 오늘의집은 인테리어에 대한 대화가 넘쳐나는 '커뮤니티'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향성 차이는 29CM와 오늘의집의 리뷰 기능 등 제품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29CM의 방향성은 서비스 이름에서도 드러납니다. 29cm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설렘을 주는 거리"입니다. 소통,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거리에서 브랜드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인 것이죠. CM은 Commerce와 Media를 뜻하는데, 이를 종합하면 미디어를 통해 브랜드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쇼핑플랫폼/미디어커머스 29CM를 만나게 됩니다.
접속 시 띄워지는 모달과 상세페이지(즉각적인 전환을 위해 '최종 액션'을 플로팅으로 제공합니다)
브랜드 스토리로 시작하는 커머스
29CM APP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브랜드를 소개하는 모달이 띄워집니다. 자동 재생되는 브랜드 영상은 한국타이어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사용자도 해당 브랜드에 잠깐의 관심을 기울이게 만듭니다. 해당 영상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용자라면 클릭했을 법한 매력적인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해당 모달을 클릭하고 들어가면 브랜드를 소개하는 내용들이 담긴 페이지가 나옵니다. 브랜드 소개 페이지는 PT라는 이름에 맞게 브랜드와 유저 페르소나를 그린 이야기, 제품의 특징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타이어 페이지의 경우, 콘텐츠를 모두 보기 위해서는 약 22번의 스크롤이 필요한데,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려는 29CM의 전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많은 양의 콘텐츠로 인한 사용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요소도 보입니다. 이벤트응모하기/구매하기 등 최종 액션으로 이어지는 플로팅 버튼을 둠으로써, 어느 구간에서든 구매/참여 전환으로 이어지게 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사용자의 최종액션/목표(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가치가 반감되어 버립니다.
스크롤에 따른 전환 과정
스토리 중심의 배너와 쇼핑 정보의 시각적 분할을 돕는 Scroll UX
모달을 닫으면 홈탭의 메인배너와 쭉 이어지는 컨텐츠 영역이 있습니다. 29CM는 주로 메인배너는 에세이를 첫 번째로, 컨텐츠는 쇼핑혜택/정보를 첫 번째 게시물로 배치합니다. 이는 29CM의 사용자가 브랜드 스토리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동시에 실질적인 혜택을 기반으로 '구매 결정'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오늘의집도 합리적인 가격이 구매결정 요인의 큰 요소인것 처럼) 결국 구매 맥락은 콘텐츠가, 최종적인 액션은 일정 수준의 혜택이 필요한 것이겠죠.
여기에서 사용자의 행동/인지를 도와주는 스크롤 UX가 등장하는데요. 홈탭에서 스크롤을 내리면, 메인배너가 점점 어두워지는 전환을 통해 사용자가 하단의 컨텐츠영역(쇼핑정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이러한 사소한 UX를 통해서 29CM는 (아직 구매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스토리에 관심을 둔 사용자와 구매를 위해 쇼핑혜택/정보를 찾는 사용자를 분할하여,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1차카테고리/1차카테고리하단/2차카테고리/3차카테고리
사용자의 행동을 기반으로 설계된 상품/콘텐츠 정보 구조
이렇듯 콘텐츠로 새로운 니즈를 발견하는 사용자와 구매하고 싶은 상품이 명확한 사용자를 구분하는 29CM의 경험설계는 쇼핑탭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쇼핑탭의 최초화면인 1차 카테고리에서는 아직 사용자가 어떠한 상품군을 보고 싶은지 모르는 단계입니다. 그렇기에 카테고리를 최상단의 메인컨텐츠로 배치하고, 하단의 스크롤 영역에는 니즈가 명확하지 않은 사용자들이 관심을 가질법한 '쇼핑혜택 및 스토리컨텐츠'를 배치합니다.
하나의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2차 카테고리 페이지가 등장합니다. 이 단계로 진입한 사용자는 성별/의류군(의류/가방/신발 등)에 대한 명확한 니즈를 가진 그룹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여기에서는 해당 그룹의 사용자가 관심을 가질법한 쇼핑혜택 콘텐츠를 최상단으로, 2차 카테고리를 중단으로, 해당 카테고리의 브랜드 컨텐츠를 하단에 배치하는 정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3차 카테고리 페이지는 완전히 구체화된 니즈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임을 의미하기에, 상품만을 배치하여 보여줍니다.
이렇듯 29CM는 뎁스별로 사용자의 행동과 니즈를 인지하여 적절한 정보 구조를 설계하는 것으로, 니즈가 명확하지 않은 고객에게는 콘텐츠를, 니즈가 명확한 고객에게는 상품을 보여주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구조는 쿠팡 등에서도 볼 수 있는 설계입니다.
상품정보를 접는 기능이 없는 상품상세페이지
뚝심 있는 상품상세페이지
상품상세페이지에서도 29CM의 고집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리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상품상세페이지에서 상품정보영역을 접은 채로 노출하는 서비스들이 많아졌습니다.(쿠팡/오늘의집/무신사 등등등) 그런데 29CM는 이러한 상품정보 영역을 생략하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하단모달에 '리뷰'를 선택하는 버튼을 두는 것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히 생각하면 그냥 하단의 리뷰 버튼을 누르면 되지 않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서비스들에서 굳이 정보영역을 접은 채로 노출하는 이유를 고려해보면, 29CM의 의도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선 사용자는 익숙한 방향, 습관대로 행동합니다. 무조건 스크롤을 내리고 보죠. 그런데 여기에서 하단 모달은 주로 '구매'를 위한 기능이며, 리뷰를 보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는 비교적 적습니다. 그렇기에 쿠팡 등 일반적인 커머스는 아예 상품정보영역을 축소시키고, 스크롤을 2~3번 내리면 바로 리뷰가 등장하는 구조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29CM는 상품 정보 영역을 모두 노출시킴으로, 사용자가 상품의 정보를 읽도록 반강제적인 구조를 제공합니다. 이는 29CM에게 상품정보란 단순히 상품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그토록 말하는 "가치를 담은 스토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UX구조는 일반적인 사용자에게 굉장한 불편을 야기합니다. 그렇기에 브랜드스토리 페이지와 마찬가지로 상품상세페이지의 가장 주요한 선행액션/최종액션으로 이어지는 버튼을 둔것이죠.
29CM의 리뷰리스트
아쉬운 리뷰기능. 퀄리티와 디테일한 UX(뒤로가기/스크롤)
29CM를 사용하면서 항상 아쉬운 지점은 실구매자들이 남기는 리뷰에 대한 경험입니다. 글의 초반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29CM는 철저히 생산자/에디터 중심의 매거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방향성은 리뷰 기능에서 극명하게 보여집니다.
우선 29CM에서는 리뷰를 단순히 최신순으로 정렬하며, 별점 분포치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또한 스타일링샷/제품샷 등을 구분하여 혜택을 주는 정책이 없기에, 올려진 리뷰들에는 리뷰를 위한 사진들이 대부분입니다. 최근 영상/착용샷을 통해 실제 제품의 핏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사용자가 많아진 시점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부재한 것은 굉장히 아쉬운 지점입니다.
리뷰상세 모달에서 뒤로가기를 하면 상품리스트로 이동한다.
29CM가 리뷰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흔적은 몇몇 디테일한 동작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리뷰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포토리뷰를 보여주는 풀모달이 호출됩니다. 사용자는 해당 모달을 벗어나기 위해 뒤로가지 제스쳐와 닫기버튼의 2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풀모달이기에, 뒤로가기를 클릭하면 모달이 닫히는 경로를 연상하기 쉽습니다.(이전 페이지이기에) 그런데 29CM는 해당 모달에서 뒤로가기 버튼을 클릭하면, 상품리스트로 이탈하게끔 설계해두었습니다. 습관으로 인해 이러한 경험을 반복하면 하면 정말.. 조금 짜증이 납니다. 사용자가 단순히 리뷰상세 모달을 닫기 위해서는, 손을 옮겨서 조그마한 닫기 버튼을 누르도록 강제하는 것이죠.
데이터를 불러오는 시점을 잘못 설계한 리뷰리스트 스크롤
또한 상품리뷰 전체보기 모달에서는 스크롤 시, 추가적인 리뷰 데이터를 불러오는 시점을 잘못 설계한 사례가 보입니다. 사용자가 상품리뷰 전체보기에 진입하면 현재 등록된 리뷰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리뷰들을 확인하기 위해 하단으로 스크롤을 하면, 갑자기 스크롤이 정지되어 버립니다. 이는 데이터 호출의 부하를 줄이기 위해 스크롤이 정지되는 시점에 일정 수의 데이터를 호출을 실행하고, 완료되면 스크롤 영역을 확장시키는 순서로 스크롤을 설계했기 때문인데요. 이렇듯 "스크롤 멈춤 > 데이터 호출 > 호출되는 동안 스크롤 멈춤 > 데이터 호출 완료 > 스크롤 영역 확장"의 과정은 인터넷이 느린 환경의 사용자에게는, 스크롤이 확장되는 텀이 길어져서, 서비스의 오류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 호출 과정은 먼저 스크롤을 허용하고, 데이터를 불러오는 과정에는 스켈레톤 정보 등을 호출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처음에는 굉장히 빠른 인터넷 환경이었음에도 서비스의 스크롤 오류로 인식하였습니다. 상품상세페이지로 돌아갔다가 리뷰 전체 리스트로 돌아와서 시도하는 몇번의 학습 과정을 통해, 29CM의 불편한 UX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기만의 길을 가고 있는 셀렉트숍, 29CM
29CM는 요즘 유행하는 미디어 커머스 중 자기만의 길을 가는 뚝심 있는 서비스입니다. 사용자 기반의 UGC보다는, 감도 높은 컨텐츠를 통해 사용자를 유입시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거진에 쇼핑 기능을 도입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 사용자로서 어떤 면에서는 결국 컨텐츠는 유입과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수단이며, 구매를 결정하는 것에는 쿠폰/할인 등이 큰 요인이지 않나라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29CM의 감도 높은 사진들을 좋아하지만 실제로는 에세이를 잘 읽지 않고, 높은 혜택의 쿠폰과 할인률이 있기에 29CM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어쩌면 29CM는 그냥 합리적인 높은 혜택의 상품을 파는 커머스가 아니라, "좋은, 가치있는 제품을 독보적인 혜택으로 판매하는 커머스"가 되고 싶은것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