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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Sep 13. 2023

로또 됐어?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로또 됐어?

집에 돈이 많은가 봐?




퇴사를 한다고 주변에 말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아니 거의 이 두 가지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하도 많이 듣다 보니 "어휴 그럼 로또도 안 됐는데 세계여행을 가겠어요?"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희는 제대로 돈을 모으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넉넉하지 않은 상태로 퇴사를 했습니다.)


그만큼 현실에서는 멀끔한 직장을 다니지 않는 일이 특별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합니다. 

브런치에만 오더라도 무작정 퇴사를 했다는 이야기가 정말 많은데 말이죠.

(아니면 퇴사하는 사람 모두가 브런치에 모이는 걸까요?)


그러나 저희 부모님들의 반응은 일반적인 반응과 달랐습니다.


사실 저희는 설득보다는 용서가 빠르다는 통념하에

퇴사를 저지르고 부모님께 그 사실을 전달했는데요(!)


무척이나 감사하게도

부모님들은 한치의 잔소리도 없이 온전히 저희를 응원해 주셨습니다.


"이미 잘 계산해 보고 가능하겠다 판단이 됐으니 결정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결정을 믿는다."

"어쩌면 나도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넓은 세상 마음껏 경험하고 와라."


빙빙 돌려 말한 게 우스울 정도로 좋은 말들을 해주신 덕에 오히려 살짝 허탈하기도 했지만, 

이런 부모님 밑에서 자라온 것에 새삼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거의 스무 바퀴는 돌려서 이야기한 것 같네요)


저희는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지만,

마치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긴 합니다.


결국 로또도 행복하기 위해 당첨을 희망하는 것인데,

지금 그에 준하는 행복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저희는 로또가 돼서 세계 여행을 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마무리가 썩 이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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