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배우게 된 비우는 삶
저희는 집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전세사기를 당했지만, 다행히 전세보증보험을 통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짐을 포장하여 장모님 댁으로 옮겨두었습니다.
그 길로 세계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지금은 발리 우붓에서 생활 중입니다.
가전제품, 가구와 같은 큰 짐들을 모두 장모님 댁으로 보낼 수는 없었기에
이사를 앞두고 저희는 가지고 있던 큰 짐들을 모두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TV는 본가로
냉장고, 소파는 장모님 댁으로
세탁기, 건조기는 누나네로..
그 외에
가치가 있는 것들은 당근마켓을 이용하여 최대한 처분했고,
가치가 없는 것들은 버리거나 무료 나눔을 해드렸습니다.
집에 그득하던 물품들을 열심히 정리하고 나니,
남은 물건은 이사박스로 10개 남짓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뜻밖에 '비우는 삶'을 배우게 됐습니다.
비워지는 것은 물품들이었지만, 실제로 비워지는 것은 저희의 마음이었달까요?
마음이 비워지고 나니 새로운 채워질 공간이 넓어진 것 같아 오히려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2023년 8월 18일.
비록 우리에게 집은 없어졌지만,
동시에 세계라는 집이 생긴 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