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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lee Dec 01. 2021

시월- 걱정하지마 흘러가면 돼

문화 소비 기록 [문화 일기 2021] 10월 호 - 글과 음악 편

기어코 12월의 첫날에 올리는 

시월에 많이 들었던 음악과 읽었던 글에 관한 기록.



3. 시월의 음악

- Let It, CL: 걱정하지마 흘러가면 돼

https://www.youtube.com/watch?v=dp_5u1GNXOE

Let It MV

지난 10월에 발매된 CL의 첫 정규앨범 <ALPHA> 의 수록곡인 Let It.

Let It 뿐만 아니라 다른 곡도 모두 좋아서 발매되자마자 계속 반복 재생하며 들었다. 그래서 발매를 20일에 한 터라 실질적으로 10월에 들은 기간은 열흘 정도지만, 올해의 시월은 이 노래로 기억될 것 같다. 멜로디도 너무 좋지만 특히 가사가 귀를 통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걱정하지마 흘러가면 돼

언제까지나 느낌대로 해

후회는 할일 없이

언제나 보란듯이 

난 나답게 항상 내가 느낀대로 해 


마음속에 박혔다는 표현은 날카로우니 와서 차곡차곡 쌓였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 이 시간이 필요해서, 고심 끝에 휴학을 결정한 거면서도 연말이 되어가니 괜스레 불안함과 무서운 마음이 들던 나에게 딱 마침 잘 도착한 노래였다. 내가 찾아 들은 노래이지만 그래도 '도착했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4. 시월의 글

- 0 이하의 날들(2016), 김사과: 사회를 바라보는 김사과의 시선과 그의 언어

5년 전 출간된 산문집이라서 그런지, 지금의 김사과의 시선이 궁금한 주제들도 몇몇 있었다. 


특히 한국어와 한국적인 것에 대한 부분이 그랬다. 김사과는 "한국어는 한국에서 공적인 도구로, 즉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하는 언어로 사용된 적이 없다."(105쪽)며 중국어, 일본어, 영어와 같은 외국어들이 역사적으로 한국에서 실질적인 힘을 가졌다고 언급했다. 나는 이 부분에 동의할 수가 없다. 일본어를 제외하고 말이다. 일제강점기라는 특수성을 지닌 일본어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의할 수가 없었다. 중국어는 조선의 사대를 의미하는 걸까 생각이 되는데, 조선의 경우 사대 정책을 펼쳤긴 하나, 그것은 외교라고 볼 수 있는 것으로 현대적 의미의 지배-피지배(식민)의 관계와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조선이 명과 청을 사대하고 큰 나라로 섬겼으며 중원이 힘이 컸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시의 조선어(한국어)가 공적인 도구로서 사용된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에는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비슷한 맥락으로 영어 또한 한국 사회 내에서 무시하기 힘든 수준의 과도한 힘을 가졌다고 생각하나, 그렇다고 해서 앞에 서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어가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하는 언어로 사용된 적이 '없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동의할 수 없는 의견들도 있었으나, 이 책은 김사과의 '산문집'이기 때문에 나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김사과의 생각과 시선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다. 잘 알지 못하던 작가였기 때문에 더 새로웠다. 개인적인 감상에 대해 써보자면, 전체적으로 무언가 절박해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책 하나 읽고서는 화자의 삶을 대하는 태도라든가 방식 같은 것을 이렇게 마음대로 해석해도 되나 싶어 조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나는 독자니까! 독자의 위치를 이용해보려고 한다. 이 산문집은 어떤 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근거와 함께 일반 칼럼보다 조금 더 주관적인 시선과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써내리는 일기에 가깝다는 감상을 받았다. 개인적인 감정이나 정서의 깊은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다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도 저런 느낌을 받았다. 정말 다양한 세계의 여러 주제들에 대해서 이 사람은 관심을 두고 있구나, 탐구를 하고 있구나 그리고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인상 깊은 구문들 발췌

17쪽

힙스터는 최신의 소비자본주의 사회가 잉태해낸, 최신 유행 목록으로 우회해서밖에 '나'라는 존재를 표현할 줄 모르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극단적인 초상이다.


80쪽

하지만 예술이 자유롭게 뭘 하건, 소설가가 뭘 쓰건, 여전히 이 세계는 자유롭지도 세련되지도 않으며, 매일같이 시대착오적인 문제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있다. 그리고 난 거기서 눈을 돌리고 싶지 않다. 그것을 쳐다보고 싶고, 기록하고 싶고, 변화시키고 싶다. 가능하다면 소설을 통해서 말이다.


90쪽

하지만 자기 계발 없이 노동자는 자본이 요구하는 수준의 노동자가 될 수 없다. 한마디로 자기 계발이란 공장의 발전기와 같다. 그런데 그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소 조차 노동자는 스스로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167쪽

실제 현실 속에서 도시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동 행위에 소모한다. 도시 안에서 우리는 끝없이 이동하지만, 더 이상 자유롭게 걷거나 뛰지 못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동 상태 속에서 갇혀 있다. 





- 들어본 이야기(2020), 구병모 권여선 듀나 박솔뫼 한유주: 지금의 한국 문학 단편집을 읽고 싶을 때

구병모, 권여선, 듀나, 박솔뫼, 한유주 5인의 한국 문학 작가들이 써낸 단편들을 묶어 만든 책이다. 이 단편집을 읽기 전까지는 위의 작가들의 소설을 접한 적이 없었는데, 단편집을 통해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날 때는, 호불호와 관계없이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기분이 든다.


전체적인 감성과 내용이 나와는 잘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술술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아래는 인상 깊은 문장 발췌

44쪽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 권여선)

어떤 말은, 특정 음식이 인체에 계속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듯, 정신에 그렇게 반복적인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오익은 생각했다. 말의 독성은 음식보다 훨씬 치명적인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음식은 기피할 의지만 있다면 그럴 수 있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킨 말은 아무리 기피하려 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월의 글에 대한 감상을 끝으로

시월의 문화 일기를 마무리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매월 지난달에 소비한 문화 콘텐츠, 주로 영화와 드라마와 책과 음악을 위주로 

감상을 쓰고 나누려고 합니다. 이 글을 통해 관심 가는 작품이 하나라도 생긴다면 너무 좋을 것 같네요!


그럼 조만간 십일월 일기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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