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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심삼일 글쓰기 Nov 17. 2019

#11. 바람 불면 무너지는 집

이 아이들이 집을 무너뜨릴 뻔 했다.


밖에서 볼 때보다 더 열악했던 인니들의 삶 민박          

    

오늘은 드디어 대망의 현지 인니의 집에서 민박을 하는 날이었다. 길을 지나가면서 인니인들의 집이 어떠한지는 몇 번 눈으로 보아두었던 찰나였다. 최근에는 대부분 시멘트로 지어진 집들이 많았지만, 과거에는 벽돌과 시멘트를 살 돈이 없어서 대나무로 집을 많이 지었다고 했다. 

  내가 도착한 집은 바로 이 마을의 촌장님의 집이었다. 반은 벽돌, 반은 대나무로 지어진 집. 거기에다가 바닥은 시멘트 칠만 가까스로 한 그런 집이었다.          

  

바람이 불면 집이 무너질 것처럼 흔들거렸다


저녁 식사로는 그냥 쌀밥에 미고렝, 계란 후라이가 나왔다. 교장 선생님 말로는 이곳 사람들은 빈곤해서 반찬 없이 쌀밥만 먹는 경우도 많다고 했는데, 특별히 한국에서 손님이 왔다고 해서 계란 후라이까지 해준 것이었다. 조금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막상 들어간 집안은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흙바닥에 천을 깔아놓긴 했어도, 생각보다 깨끗해보였다. 하지만 화장실을 보는 순간 그 생각이 사라졌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산단 말인가.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서, 모기가 사는 오염된 물로 씻고 있었다.     

    

너무 좁아서 간신히 사진 찍은 화장실


밤에는 집이 너무 흔들려서 잠을 자지 못했다. 대나무로 지은 집이라서 그런지 밖에서 쥐인지, 도마뱀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동물이 뛰어다니면서 집에 부딪힐 때마다 집 전체가 흔들렸다. 금방이라도 집이 무셔질 것 같았다. 바람이 불기라도 하면 집이 무너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편안한 한국으로 돌아가고만 싶었다. 

  이건 다음 날에도 느낄 수 있었는데, 이 집의 꼬마 아이가 빗자루를 가지고 자기 집을 때리는 것이 아닌가. 덕택에 집에 구멍이 났다.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될 아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벌써부터 자기 집을 부수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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