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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심삼일 글쓰기 Nov 17. 2019

#12. 인도네시아의 한국어선생님

(feat. 국가대항 탁구대결)

이때부터 선생을 뜻하는 Guru Lee가 인도네시아 별명이 되었다


리스마 중학교에서 수업 시작              

이날부터 리스마 중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로 했다. 많은 준비를 해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국말로 가르치면 그다지 어려울 게 없었을 테지만, 아이들과 나는 언어가 안 통하지 않던가. 


수업은 1시간 20분씩 2번이었고, 중간에 쉬는 시간이 30분이나 됐다. 그리고 수업을 오전에만 한다는 것이 특이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날씨가 워낙 덥기 때문에 선풍기도 없는 좁은 교실에서 오후 수업을 진행하기란 불가능해보였다. 특히 여자 아이들은 히잡을 쓰고 있었는데, 이 더운 날씨에 벗지도 못하고 계속 쓴 채로 수업을 했다. 어찌나 더운지 아이들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는 걸 보면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리스마 중학교에서 한글 교육이 시작되었다. 내가 도착하자 학생들이 환호로 나를 맞아주었다. 아직 교실에 들어가지 않고 밖을 지나갔을 뿐인데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을 보며 마치 연예인이 된 듯한 기분마저도 들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부끄러움도 많고 수업에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끝날 무렵에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무사히 1시간 20분 간 수업이 끝이 났다. 


이곳에서 나는 대한민국 vs 인도네시아 국가대항전에 승리했다


쉬는 시간 30분 동안 나는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탁구장으로 향했다. 내 손에는 얼떨결에 탁구채가 들려있었는데, 처음에는 조금 수줍었지만 나는 잠시 뒤에 아주 열정적으로 탁구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구경꾼들이 점점 몰려들어 국가대항전을 방불케 하는 열기를 띠었는데, 교실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서 창문 밖에까지 아이들이 매달려서 구경할 정도였다.


인도네시아 대 코리아 라고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다. 나는 한국인으로서 이 경기에게 패배하는 것은 국가의 명예에 먹칠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중학생 여자 아이를 상대로 진심으로 쳤다.(물론 여자 아이긴 해도, 학교에서 가장 탁구를 잘 친다고 했다.)

  나는 피구왕 통키가 살아 돌아와서 보았더라도 눈물을 흘렸을 불꽃 스매시를 꽂음으로써 한국인의 매서움을 보여주었다. 결국 양국 간의 자존심을 건 대결은 나의 승리로 끝이 났다.     


2교시 수업이 시작되었고, 나는 1교시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굉장히 안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해나갈 수 있었다. 나와 같이 수업을 들어간 은당 선생님도 1교시 때보다 능숙해진 것 같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2교시 수업 도중에 잠깐 정환형 교장 선생님과 가람이와 은송이가 방문했다. 이미 수업은 진행 중이었고, 내가 가르친 한국말을 인도네시아 아이들이 사용해서 인사를 했다. 


농군학교에서 돌아가서 교장 선생님이 이야기 해주셨지만, 이렇게 열광적으로 애들이 반응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할까 막막했지만, 아이들의 열광적인 반응과 교장 선생님의 칭찬을 들으니 왠지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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