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이 되는 곳. 웰컴 투 인도네시아!
오늘 아침 교장선생님이 물이 부족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지하수를 공급하는 장치가 고장 났기 때문에 물이 항상 부족한 듯 했다. 월요일은 옆집으로 넘어가서 물을 사와야겠다고 하셨다.
교장선생님은 지하수를 고치는 과정에 대해서 한탄을 하셨는데, 처음에 수리공이 2주면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벌써 작업을 시작한지 한 달이 넘었고, 이제 와서 수리공이 앞으로 한 달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과는 180도로 다른 수리공의 태도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미 작업이 중반부로 들어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일을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교장선생님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원래 인도네시아는 이런 곳이에요.”
굉장히 짧은 말이었지만, 그 말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나 역시 이런 인도네시아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됐는데, 이제 조금씩 인도네시아에 적응해가고 있다는 증거로 생각되었다. 이런 일이 한 번 두 번이 아닌지라, 이제는 화가 나기보다는 웃음이 나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약속 시간을 정했다면 1~2시간을 기다리는 것, 심한 경우는 며칠을 기다릴 것을 각오해야 된다. 아니, 약속한 사람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된다. 이것은 인도네시아인들의 특징이었다. 거절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 것. 좋게 말하면 유순하고, 상대방에게 피해 입히기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기다리고 있는 상대는 애가 타는 법이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난디, “오케이, 난디, 난디.”라고 말하면 아무리 오케이라고 말했더라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난디란 한국어로 번역하면 <나중에>라는 뜻. 하지만 한 가지 알아야할 사실은, 그 나중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아마 다음 생에 약속을 지킬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약속을 잡았다고 해서 안심할 것이 아니라, 거듭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고, 수시로 전화해서 확인해야하는 것이었다.
그나마 많이 배우셨다는 알리민 박사님도 이런 일에서 예외가 되지는 못했다. 처음에는 휴가를 갔다가 22일 날 돌아온다고 말했으나, 아무런 통보도 없이 23일 날 학교로 돌아온 것이다.
또 한 가지 웃긴 일화를 교장 선생님이 들려주셨다. 풀을 베주기로 한 사람이 1달에 2번 와서 풀을 베어주기로 해놓고, 1번만 온 다음에 2번 일한 가격을 달라고 했다. 교장선생님이 화가 나서 1번 밖에 안 오지 않았냐하고 따지자, 자기가 오지 않은 2주 동안에 풀이 더 자라서 두 번 베는 것만큼이나 한 번 베는 게 힘들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정말이지 있을 수 없는 논리였지만, 정말이지 교장선생님 말대로 1+1이 1이 되는 곳. 바로 그곳이 인도네시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