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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심삼일 글쓰기 Nov 17. 2019

#15. 무지한 게 아니야, 삶의 방식이 다른 것뿐이지

중장비 없이, 사다리를 만들어서 높은 곳에 올라갈 생각을 했다니 놀라웠다


인니들은 무지한 게 아니야단지 삶의 방식이 다른 것뿐이지.              

건물 입구에 있는 전등이 고장 났다. 굉장히 높은 곳에 달린 전등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수리해야 하나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때 안디 아저씨가 굉장한 사다리를 발명했다. 높낮이를 자유자제로 조절 가능한 그런 사다리였는데, 정말이지 기가 막힌 아이디어에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뺀디가 다리를 벌벌 떨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어찌나 심하게 떨던지 부들부들 하는 모습이 밑에서도 다 보일 지경이었다. 안디 아저씨는 그 모습을 보고 놀렸다.

  하지만 잠시 뒤에 안디 아저씨와 다른 곳에 전등을 갈러갔는데, 그곳은 뺀디가 올라간 것에 비하면 반도 안 되는 낮은 높이였다. 그런데 안디 아저씨의 다리가 떨리는 모습을 보고 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 뺀디를 놀리던 그 모습이 어디갔나 다시 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더군다나 사다리가 조금이라도 흔들릴 때면 안디 아저씨가 반쯤 놀란 표정으로 “리, 잘 잡아.”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할 때면 어찌나 웃겼는지 모른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우리보다 못 배우고 가르쳐줘야할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디 아저씨가 사다리를 만들어서 저 높은 곳에 있는 전등을 고치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무지한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와 사는 방식이 다르고 배운 것이 다른 것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록 지식적인 측면에서는 우리보다 못할지 몰라도, 이들은 생활의 지혜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와 다르다는 것이 무지를 뜻하는 것이 아님을 세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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