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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심삼일 글쓰기 Nov 17. 2019

#16. 상위 4명이, 하위 1억 명보다 부유한 곳

행복하지 않은 내가, 행복한 인니들을 도울 자격이 있는 걸까?

택시나 오토바이를 타다보면 가끔 기사들이 기름을 넣어야 한다고 주유소로 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미리 요금을 지불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지금 현금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는데, 정말이지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산다는 표현이 이럴 때 맞는 것 같았다. 


인도네시아의 빈곤 지수는 상중하를 나누면 ‘하’라고 한다. 그런데 GDP는 세계 16위로, 한국이 11위인 것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와 한국 사람들의 생활은 너무나도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과연 왜 그런 것인가 알아봤더니, 인도네시아는 상위 부자 4명이, 하위 1억 명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도네시아의 행복지수는 전 세계에서도 10위권 안에 들 정도라고 한다. 어찌 보면 한국 사람들이 참 욕심이 많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국 사람들만큼 성실한 사람들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한강의 기적' 같은 급속도로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인들은 흔히 입버릇처럼 "태어났으면 내 이름 석자 하나 쯤은 세상에 알려봐야하지 않겠나"라는 말을 하곤 한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자꾸만 조급해지고, 이대로 어영부영 살다가 죽으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에 불안하곤 했다.

  처음에는 남의 밑에서 일하는 수동적인 인니들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이런저런 고민들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 가운데 가장 큰 고민은 "나는 행복한 사람인가?"였다. 매일매일 하루가 축복이고 즐거움으로 가득한 인니들과 비교했을 때, 내 인생이 때로는 불행해보였다. 해외봉사를 하며 이들을 돕기 위해서 온 나였지만, 내 자신이 행복하지 않는데 행복한 인니들을 돕는다는 것도 조금 웃긴 일인 것 같기도 했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과, 부유하지만 불행한 삶 가운데서 무엇이 더 좋은지 판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늘 행복이 인생의 최고의 가치라고 말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지라고 말했다. 그런데 과연 내가 이들처럼 굶주리는 삶을 사는 가운데서도 나는 이들처럼 웃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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