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게을러?
어느 날, 리카 아줌마가 내게 물었다.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게을러?”
나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내가 보던 인니인들에 비하면 한국인 정말 하루 종일 일만 하는 종족이 아니던가. 만날 인니들을 보면서, ‘참 인생 편하게 사네.’라고 생각하던 나였는데, 인니들도 우리를 그렇게 보고 있을 것이라고는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나는 리카 아줌마에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한국인들은 만날 5시에 일어나잖아. 인니들은 3~4시면 일어나는데.”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5시에 일어나는 게, 이들에게 게으르게 보인다니……. 보통 한국에서는 새벽 5시에 일어난다고 하면 굉장히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지 않던가? 생각해보면 인니들은 비정상적으로 일찍 일어나는 축에 속했다. 인도네시아는 해가 아침 5시 30분 정도면 뜨고, 오후 5시 정도면 해가 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낮에는 너무 더워서 일을 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이들의 삶이 이른 시간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일찍 일어난다고 부지런하게 사는 것은 아니었다. 일찍 일어나서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한국 사람들이 인니들보다 늦게 하루를 시작하지만, 더 오래 일을 하고, 하는 일이 더 많은 것은 누가 봐도 자명한 사실이었다. 인니들은 일찍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고, 그냥 멍하니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지 않던가. 나는 이런 현실을 리카 아줌마에게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아줌마는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결국 내가 택한 설득 방법은 이것이었다.
“한국은 원래 해가 늦게 떠요. 7시는 넘어야 해가 뜨거든요. 그래서 한국인들은 인니들보다 늦게 하루를 시작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왠지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가나안 농군학교에 일하는 주미란 아저씨나, 안디 아저씨, 뺀디만 해도 그 더운 땡볕에서 예초 작업을 하거나 힘든 일을 도맡아하는 반면에, 우리는 가끔 밭농사를 돕는 것을 제외하면 사무실에서 앉아서 사무를 보지 않던가.
우리는 항상 인니들이 게으르다고 생각했지만, 이들도 우리를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역지사지라는 말처럼, 조금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르게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인니들에게 우리의 삶이 편해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만 느껴졌다.